“운이 좋아서” 우당탕탕 살아왔다는 N잡러 장애여성[박주연 기자의 사심 있는 인터뷰] 유튜버, 배우, 작가 구르님/김지우유튜브 채널 “굴러라 구르님”을 운영하는 유튜버, 지난 4월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 <소극장판-타지>(연출 강보름)에 함께한 배우, 책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를 쓴 작가, 대학생, 14년차 휠체어 베스트 드라이버,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의 집사, 휠꾸(휠체어 꾸미기) 과몰입러 등 다양한 직업과 정체성을 가진 구르님(본명 김지우)을 처음 본 건 2017년이었다.
이젠 국내에서도 꽤 많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퀴어 유튜버를 찾아 해외 영상들을 즐겨보던 때였다. 그러다 퀴어이자 청각장애인인 유튜버 영상을 보게 되었고, 이후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유튜버 영상도 보게 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에선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하는 장애인 유튜버를 못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얼마 뒤에 “굴러라 구르님”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그의 유튜브 채널엔 공부와 수능에 대한 이야기 등 소소한 일상은 물론,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는 모습, “장애 극복은 무슨 말일까”, “장애인한테 이런 것 좀 하지마!” 등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이제 대학생이 된 그의 채널엔 휠체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꾸며서 보여 주는 [이달의 휠체어], 시각장애 여성 우령과 농인 여성 하개월과 함께하는 [디시스터즈] 코너를 통해 조금 더 다양하고 확장된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 구르님을 모니터 너머로 응원하고 있던 중, 올해 6월에 출간된 책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를 접했다. 워낙 아이디어가 좋은데다 다년간의 유튜버 활동으로 말을 잘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글도 이렇게 잘 쓸 줄이야! 놀라움과 함께 궁금해졌다. 다재다능 구르님의 비법(?!)이.
줌(Zoom)을 통해 만난 구르님과의 이야기는 유튜브와 책에 대한 비하인드는 물론,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수다까지 흘러갔다.
-“굴러라 구르님” 채널에 첫 영상이 올라온 게 2017년 2월이더라고요. 벌써 5년이 넘었네요.
“유튜브에 영상이 있다는 게 좋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한데요. 과거가 없기 때문이에요.(웃음) 저한텐 분명 과거 영상인데 오늘 검색해서 보는 분들한텐 그게 오늘 영상이거든요.
사실 뭐 하나 진득하게 오래 못하는 스타일이라 취미도 자주 바뀌고 관심사도 자주 변하는 편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를 오래 하고 있어서… 저 스스로도 좀 놀라워요. ‘왜 이건 오래 할 수 있지?’ 생각해 보면, 영상 만드는 행위는 똑같긴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인 것 같아요. 꾸준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저한텐 만족도가 높은 직업인 것 같아요.”
-그동안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왔는데, 특히 애정이 가는 게 있다면 어떤 영상인가요?
“이제 예전 영상은 안 보거든요.(웃음) 아무래도 지금 제일 애정이 가는 건 <이달의 휠체어> 시리즈인 것 같아요. 제일 손이 많이 가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고, 돈도 많이 드는 작업이긴 한데요. 일상 브이로그 같은 영상이랑 작업 과정이 좀 다르다 보니,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달의 휠체어>는 1년 했기 때문에 당분간 휴식 예정이긴 해요. 그렇지만 저도 좋아하는 콘텐츠이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데다가, 필요한 콘텐츠라고 생각해서 앞으로 계속하긴 할 거에요.
예전에 고등학생 때 ‘방구석에 있어라’라는 악플을 보고 만든 영상 “휠체어를 타면 듣는 말 [구르님] 악플 읽기?”라는 게 있는데요. 이게 약간 콩트 형식이거든요. 악플에서 얘기된 ‘X나 민폐’라는 말을 가지고 개그를 해 본 거죠. 지금 보면 그 영상 퀄리티는 별로지만 그런 식의 개그, 유머를 넣은 영상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책 쓸 때도 좀 재미있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책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글 쓰는 능력도 보통이 아니고 말이죠. 출간되고 나서 태균(구르님 아빠)님과 현미(구르님 엄마)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서로 본인의 능력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진 않은지.(웃음)
“우리 집은 잘 달아오르지도 않고 식지도 않는 집이어서, 크게 반응이 있진 않았어요. 그래도 책 나오니까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엄마도 책 10권 넘게 사서 싸인해 달라 그러고. 근데 본인들 나오는 부분만 재미있다고.(웃음) 그리고 책에 아빠 블로그 글이 인용되어 들어가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아빠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글에 대한 재능은 태균님을 닮았나 보네요’라고 하는 편이긴 해요.”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긴 했어요. 태균님 블로그 글들이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아빠가 저한테 출판사 분들이 본인 블로그도 봤냐고 물어보더라고요.(웃음) 제가 ‘자의식이 너무 과하다’고 놀렸는데. 아빠도 책 출간 욕심이 좀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웃음)”
-태균님의 기록 습관도 대단한 것 같아요. 구르님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후에도 사진, 영상과 글을 계속 기록했다니 말이에요. 그렇게 영상과 사진을 찍힌 경험이 지금의 구르님에게도 영향을 줬겠죠?
“그런 것 같아요. 다른 집들도 다 그런 줄 알았어요. 다들 집 컴퓨터에 연도별, 월별로 사진과 영상이 정리되어 있는 줄 알았거든요.(웃음) 그래서 사진이나 영상 찍히는 게 너무 당연했고, 방송 출연도 되게 하고 싶어 했어요. 실제로 어린이 프로그램 같은데 나가기도 했고요. 그렇게 사진, 영상 속의 인물이 되는 게 저한텐 재미있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책을 쓸 때도, 제가 유튜버가 된 기원이랄까, 기반이 현미와 태균에게서 온 것이라는 걸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책엔 어린 시절 가족 이야기부터 20대가 된 장애여성으로서 지금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제 유튜브를 계속 봐 온 분들도, 책으로 절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다양하게 넓은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튜브에서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특히 가족 이야기들을 좀 해야겠다 싶었죠. 또 언제 책을 쓸 수 있을지 모르니까.(웃음) 아끼지 말고 내가 자라온 과정부터 이야기해 보자 생각해서 주변인들 이야기도 넣게 되었고요, 사회구조적 차별과 그에 대한 경험도 빠질 수 없었죠.
또 장애여성의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장애여성들은 남성 장애인들이나 비장애인 여성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굉장히 특수한 상황들에 놓이게 되는데, 그런 이야기가 아직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장애 쪽에도 엘리트 남성 중심의 문화가 존재하고요. 그래서 장애여성이 겪는 경험들을 (책에) 넣어야겠다 싶었어요.”
-모든 이야기들이 다 좋았어요.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었고요. 특히 가족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구르님 가족이 어찌 보면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가족’의 모습을 띠고 있는데, 구르님이 그 틀을 비껴나가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였거든요. 엄마 아빠가 아닌 ‘현미’, ‘태균’이라는 이름을 부른 것도 그렇고, 가족 이야기에 빼놓지 않고 반려동물 이야기를 넣은 것도 그렇고요.
“그 부분을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가족이 이성애 부부와 두 명의 자녀가 있는 4인 가족이잖아요. 멀리서 보면 너무 ‘정상가족’처럼 보이죠. 그 틀에 맞춰 살아온 부분도 있지만 또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거든요. 전 ‘정상가족’의 틀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게 썼던 것 같아요.”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엄마가 은근 자기검열이 있더라고요. 엄마랑 인터뷰할 때 ‘이건 책에 쓰지 말라’고 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제가 책에 썼듯이 ‘그게 재미 포인트’라고 넣었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조금 걱정하긴 했어요. 농담으로 ‘(책 출간 후에) 가족 간 고소로 나아가진 말자’고 했었는데.(웃음) 막상 책이 나오니까 되게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또 책에서 언급된 현미와 태균의 러브 스토리 부분을 보면서 ‘자기, 우리가 이랬나?’ 하면서 좋아하시기도 하고요. 우리 집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정제된 언어로 서로의 마음을 마주한다는 건 또 다른 일이잖아요? 저도 가족 이야기를 쓰면서 재미있었어요.”
-소수자와 가족관계라는 건 때때로 어렵고 불편하기도 하잖아요. 당사자인 나와 비당사자인 가족 구성원들 간의 차이가 있기도 하고, 그래서 불화하는 지점이 생길 수밖에 없고요. 책에 현미, 태균 그리고 동생과 각각 인터뷰를 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가족과 그렇게 마주하는 모습이 굉장히 용기 있어 보였어요.
“예전에 제가 출연했던 EBS 다큐프라임 제목이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었어요. 자녀가 장애인인 가족 이야기, 자녀가 퀴어인 가족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그 제목을 접하고 ‘나는 나의 양육자들과 다르다’는 걸 다시금 명확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에서 일부러 엄마 아빠가 아닌 이름을 쓰려고 한 거에요. 장애인의 엄마, 아빠라고 하는 순간 너무 많은 맥락들이 딸려오는데, 그게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사실 책이 아니었다면 가족을 인터뷰할 일은 절대 없었을 거에요.(웃음) 책 계약하고 나서, 가족 이야기부터 쓰긴 해야겠는데 인터뷰할 자신이 없어서 한 세 달 정도 아무것도 안 쓰고 있었거든요.(웃음) 계속 미루다 정말 힘들게 하긴 했는데, 그렇게 인터뷰한 것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그 인터뷰 덕분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담긴 것 같아요. 현미의 병원 생활 이야기도 그렇고요. 그걸 보면서, 이렇게 다양한 면들이 있는데 그동안 왜 항상 힘들고 불행한 ‘장애아동의 엄마’ 모습만 부각되었던 걸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들 왜 이렇게 소수자와 가족들은 불행할 거라고만 생각하는지….
“그런 이야기가 자꾸 반복되니까, 장애아동들의 부모들이 ‘내 아이도 불행할 것이고, 우리 가족도 굉장히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꼭 그런 건 아니잖아요? 불행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들이 조금 더 알려져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조금 더 힘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도 즐거운 이야기들을 더 하려고 하고요.”
-소수자들은 불행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 한편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압박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너는 더 성공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조금이나마 ‘정상사회’에 부합할 수 있다고요. 소수자 중에서도 가시화되는 소수자는 ‘성공한/능력 있는’ 소수자이기도 하고요. 이런 능력주의에 대해서 구르님 또한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맞아요. 가장 고민이 많은 부분이에요. 책 프롤로그에 “대부분의 순간 운이 좋아서 어떻게든 우당탕탕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라는 말을 쓴 것도, 정말 운 좋게 살아왔다고 생각해서에요. 누군가는 ‘장애인이면서 뭐가 운이 좋다는 거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전 정말 운이 좋았거든요.
‘정상가족’ 틀 안에서 살았고, 현미와 태균이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이라 장애아동을 잘 키워냈고,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랐고요. 저처럼 이동이 불편한 사람이 대중교통이 활성화 안된 지역에서 자랐다면, 아마 사회와 거의 단절되었을 거에요. 또 잘 살진 않아도 그럭저럭 중산층 계급에 속할 수 있는 집이었고, 너무 타이밍 좋게 엘리베이터가 있는 학교가 생겨서 그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뇌성마비 중에선 좀 특이한 케이스라 ‘비장애인 같다’는 말을 칭찬으로 듣기도 하고요. 꾸밈노동을 적절히 하는 여성이기도 하죠. 흔히 말해 학벌이 좋은 편이기도 하고요.
책에도 썼지만, ‘내가 보기 좋은 장애’를 가지고 있고, ‘적당히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장애인으로서 그리고 콘텐츠 창작자로서 고민도 있고 ‘내가 말하는 게 맞나?’라는 죄책감이 들 때도 있어요. 근데 이 문제는 내가 말을 안 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더 더양한 사람들이 나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전 제 위치를 잊지 않으려고 해요. 그걸 잊지 않고 콘텐츠에 반영하려고 하고요.”
-요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과 더불어 ‘착한 장애인’이나 ‘성공한/능력 있는 장애인’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걸 계기로 더 많은 논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재미있게 보고 있긴 한데, ‘우영우 너무 재미있더라’ 하는 비장애인들한텐 약간 편견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담론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의미가 있지 않나 싶어요. 다만 어떤 찬성/반대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재미있게 보는 건 좋은데, 우영우 이야기가 별로라고 말하는 장애인한테 ‘장애인들 피해망상 있다, 되게 예민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이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고, 이 드라마 덕분에 나의 장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런 사람일수록 ‘이 드라마가 불편하다, 별로다’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드라마는 좋다고 하면서 실제 자폐인들의 이야기는 듣기 싫다고 한다면, ‘대체 당신은 뭘 좋아하고 있는 건가요?’ 싶으니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재미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를 읽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웃음) 책에 장애여성으로서의 경험과 시선이 담겨 있잖아요. 연애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지는데, 구르님이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렇게 보였나요?(웃음) 조금 아쉽기도 해요. 장애여성 파트를 조금 더 잘 쓰고 싶었는데, 아직 공부가 부족하기도 하고, 너무 솔직하게 쓰기엔 제가 또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라서.(웃음) 사실 그렇게 뭘 많이 쓸 정도로 정보가 많지 않기도 하고요.
책 <어쩌다 이상한 몸>(장애여성공감 지음, 오월의봄)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섹스 이야기가 담긴 “나는 뉴페이스를 원해” 파트가 되게 인상 깊었어요. 한편으론 머리 속이 복잡하기도 했고요. 장애를 가진 사람의 입장으로서 장애를 가진 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여전히 고민하는 것 같아요. 발달장애여성 같은 경우, 그들의 성은 굉장히 위험한 무언가로 여겨지는 것 같고, 저처럼 지체장애여성은 산부인과 검진 의자에 앉을 수도 없는 몸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어떻게 이야기되어야 하는지 고민되죠. 월경만 해도, 장애를 가진 여성청소년에게 정보를 줄 사람이 없잖아요. 비장애인 엄마와 몸이 다르니까 엄마가 알려 줄 수 있는 정보도 한계가 있고요. 그러니까 장애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나와야 한다는 거에요.
저도 많은 장애여성들의 경험을 들어보고 싶고요. [디시스터즈]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다루려고 해요. 얼마 전에도 언니들이랑 호캉스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웃긴 이야기도 너무 많았고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그동안 너무 안 다뤄졌던 것 같아요.”
-구르님은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를 어떤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나요?
“책이 많이 팔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서 모든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좋겠는데.(웃음) 특히 이 글이 가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 주변인들이에요. 외롭다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많거든요. 나 사실 재미있게 살고 있는데 아무도 내 얘기를 하지 않고 자꾸 날 불행할 거라고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외로운 분들에게, 이 책이 좀 덜 외로운 기분을 느끼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음 편한 게 정답은 아니지만, 장애가 조금 더 가볍게 다루어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좀 가볍게, 재미있게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분들이 읽어 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타인의 소수자 정체성을 대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게 맞지만, 아예 언급조차 안 되는 건 그냥 배제인 같아요. 저는 장난을 좀 쳤으면 좋겠거든요. 사실 알 수 있잖아요. 이 사람이 날 놀리거나 괴롭히고 싶어서 장난 치는 건지 아닌지. 장애인한테 실수할까 봐 접근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이 사람이 날 얼마나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느껴지거든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당연히 기분 나쁜 순간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또 맞춰나갈 수도 있잖아요. 일단 좀 만나보고 장난도 쳐보고 실수도 해 가면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반지하 작가를 정말 좋아하고, 그의 농담과 유머에 대한 자세를 본받고 싶어하는데요.(관련 기사: ‘나는 역사적 사건이야’ 퀴어아티스트 이반지하의 전설 https://ildaro.com/8987) 그런 농담을 사람들과 주고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함께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여러 일들에 도전해 왔는데요. 앞으로 또 하고 싶은 일들이 있을까요?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정말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는 계속하고 싶어요. 좀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고 싶고요. 해외에는 장애인들이 등장하는 방송 콘텐츠가 이제 꽤 많거든요. 데이팅 프로그램도 있고요.
앞으로도 비장애인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에 계속 침범하는 게 목표에요. 유튜브를 하든, 취직을 하든, 해외에 나가서 공부를 하든, 어떤 게 되었든 (장애여성인권) 운동을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앞일은 저도 잘 모릅니다.(웃음) 여튼 뭐든 할 것 같아요.”
이 기사 좋아요 22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박주연 기자의 사심 있는 인터뷰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소수자 시선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