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완성기’ 여성들의 생활 설계를 돕고 싶다

[인터뷰]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을 만드는 세 사람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22/10/19 [08:44]

‘인생 완성기’ 여성들의 생활 설계를 돕고 싶다

[인터뷰]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을 만드는 세 사람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22/10/19 [08:44]

일본 도치기(栃木)현 나스마치(那須町)에서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다세대 공생형 커뮤니티인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 세 사람을 만났다.

 

▲ 고령자 주택을 제작해왔고 현재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 세 사람. 왼쪽부터 구시비키 준코, 사사키 토시코, 지카야마 케이코 씨의 모습. (페민 제공)

 

주식회사 ’나스 마을 만들기‘의 지카야마 케이코, 사사키 토시코, 구시비키 준코 씨. 1970년대 우먼리브(여성해방운동)에 참여하면서 처음 만난 셋은 현재 고령자 주택 제작과 운영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한 동네에서 걸어갔을 때 국이 식지 않을 만한 거리에 살고 있다.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었다.

 

-세 분의 첫 만남은?

 

구시비키 준코(이하 구시비키): 1970년대 우먼리브 당시에 도쿄에 있었던, 여성을 위한 찻집 ‘호키별’ 개업에 관여했는데, 거기에서 지카야마 씨와 사사키 씨를 만났어요. 그 후에 여성운동가 고니시 아야 씨(小西綾, 1904~2003년)를 만났는데요. 고니시 씨가 여성학자 고마샤쿠 키미 씨(駒尺喜美, 1925~2007년)와 함께 사는 집에서 ‘앗, 이제 알겠어 모임’이라는 페미니즘 공부 모임을 했어요. 월경이나 모성 등을 주제로, 자기의 역사를 적고 같이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었죠.

 

사사키 토시코(이하 사사키): 고니시 씨와 고마샤쿠 씨는 서로가 선택한 사람과 ‘친구가족’을 실천했죠. 다들 동경하는 형태였어요.

 

지카야마 케이코(이하 지카야마): 공부 모임을 시작한 지 10년 정도 지나고, 저의 어머니와 고니시 씨의 남동생, 고마샤쿠 씨의 어머니가 각각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어요. 저는 돌봄노동을 하느라 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되고, 고니시 씨와 고마샤쿠 씨는 ‘며느리’가 가족돌봄의 중심인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죠.

 

그렇다면 셋이서, 타인을 돌보거나 돌봄이 필요한 여자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고 배움과 문화 활동도 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그래서 당시 고령자 주택을 만들던 단체를 찾아 상의를 하다가, 아예 거기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 지카야마 케이코(近山恵子) 1949년 니가카현 출생. (주)생활과학운영, 커뮤니티넷 등에서 고령자 주택을 기획, 제작. 2007년 (사)커뮤니티넷 워크협회 이사장 취임, 현재는 나스 지부장. 이즈시의 ‘친구마을’과 ‘라이프&시니어하우스’ ‘유이마~루’ 등을 만들어왔다.

 

-세 분 모두 나스로 이주를 했죠.

 

지카야마: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서른 넘어서는 도시에 질려버렸어요. 젊을 때는 항상 제일 앞줄에서 재즈공연 들으러 다니거나 술을 마시고 다녔지만….

 

사사키: 나스로 이주를 하고부터 농사에 푹 빠졌어요. 그렇게나 장보기를 좋아하던 ‘도시여자’였는데… 소비보다 생산 쪽이 마음이 차분해져요.

 

구시비키: 일의 성격상 시니어하우스 같은 커뮤니티 속에서 살면서 일하는 삶이었기 때문에, 도쿄에서 어머니와 단지 내 임대주택에 살던 때는 엄청 쓸쓸했어요.

 

지카야마: 어머니를 돌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라도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누워만 있어도 정치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거 아냐, 저건 틀려” 그랬다니까요.

 

사사키: 노상 떠벌떠벌 말을 해야 하지만, 쓸데없는 수다를 떠는 게 제일 마음 편하지! 우리가 젊을 때에는 ‘연합적군의 아사마 산장 사건’(1972년, 공산주의자동맹 적군파와 혁명좌파가 연합적군을 결성해 산 속에 들어가 훈련을 하던 중 경찰에 진압당했는데, 인근에서 12구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자아비판이라는 명목으로 동지들을 살해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이 있었잖아요. 고니시 씨가 항상 말씀하시던 게 “별 일 아닌 걸로 싸우지 마라, 적은 건너편에 있다. 만나게 된 건 서로 어딘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였어요.

 

▲ 사사키 토시코(佐々木敏子) 1952년 도쿄 출생. (주)나스 마을 만들기 대표이사. 고령자 주택의 입주 상담을 맡고 있다. 인지증이 있는 어머니와 유료 노인요양센터에서 산 경험이 있다. (페민 제공)

 

-‘마을 만들기’를 주창하고 계신데요.

 

지카야마: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마을 만들기에요. 다양한 세대의 누구든, 자기답게 서로 의지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지역 일대에서 과제 자체를 변혁해야 해요.

 

제가 어릴 때 겪은 일이예요. 어머니가 후처(둘째부인)였고, 가게를 하던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못해 가게에서 일하던 젊은 여자를 임신시키고 중절시키고….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도망쳤지만, 결국 삼촌밖에 찾아갈 데가 없었어요. 그런데 삼촌과 아버지가 짜고서, 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됐죠. 그 후 아버지는 가게 경영이 잘 안되어서 야반도주하고, 저는 이복 오빠한테 성폭력을 당했어요. 오빠 부인이 보는 앞에서. 어른은 아이들을 돕지 않았어요. ‘혈연 따위 쓸모 없다’, 가족은 사회의 계략이라는 것이 보였죠.

 

사사키: 지카야마 씨의 굳건함은 거기에 있지.

 

지카야마: 고령자 주택을 만들면서 해온 일은 ‘여성이 하는 무상노동의 유상화’입니다. 돌봄이나 식사 등을 ‘노동’으로 보고, 겉으로 드러내 제공한다, 그렇게 고용이 발생한다는 거죠. 우연히 고령자의 수요에서 시작했지만, 고령자에게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건 누구에게든 필요한 시스템이에요. 그것을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이 거점이 되어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지역의 모두가 활용할 수 있다. 그러니까 마을 만들기인 거죠.

 

▲ 구시비키 준코(櫛引順子) 1951년 도쿄 출생.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 등에서 25년간 운영에 관여. 2016년, 어머니와 도쿄에서 나스로 이주하였고, 이듬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페민 제공)

 

-주택 가격이 비싼 느낌인데

 

사사키: 이번 기획은 15년 치의 월세를 미리 내는 거니까요. 하지만 16년 차 이후에는 관리비와 서포트비 4만 엔이면 되니, 계산해보면 비싼 건 아니에요. (입주 보증금은 10평에 15년간 월세 약 1,250만엔.)

 

지카야마: 풀타임으로 일해 온, 그러나 임원까지는 되지 못한 여성의 예금이나 연금을 상정하고 설계했어요. 우리가 여자이고,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의 가정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 페미니스트이니 그런 기획이 가능했죠.

 

구시비키: 저는 평생치 월세를 다 내고 앞으로는 연금으로 생활하면 된다는 걸 알고, 상상 이상으로 안심했어요.

 

지카야마: 우선은 ‘생활설계’가 선결 과제입니다. 자세한 건 잡지 『Oil(老いる, 오이루, 나이 든다는 뜻)』에서 읽어보세요. 그 안에 ‘내가 희망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형식이 있는데, 50대에서 90대까지 자신이 어떻게 있고 싶은지, 희망과 목표를 적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지카야마 씨가 편집장을 맡고 사사키 씨, 구시비키 씨가 편집하는 ‘50세 이상 인생 완성기의 자유로운 삶’을 위한 잡지 『Oil』(老いる, 오이루, 나이든다는 뜻, 재팬머시니스트사, 각 1,300엔)이 작년 9월에 창간되었다. 1호는 「나중으로 미루지 않는 ‘생활설계’, 아내, 부모, 자녀의 역할에서 내려와 리얼하게 미래를 보다」, 2호는 「‘노후의 돈’ 충분한가? 몇 살이든 이런 생각이 든다면 미래를 그릴 수 있다」를 표제로 다루었다.)

 

▲ 지카야마 씨가 편집장을 맡고 사사키 씨, 구시비키 씨가 편집하는 ‘50세 이상 인생 완성기의 자유로운 삶’을 위한 생활설계 잡지 『Oil』(老いる, 오이루, 나이든다는 뜻) 1호와 2호.

 

사사키: 자기를 알고 자신의 돈을 파악하고 그걸 근거로 가장 잘 될 만한 안, 중간 안, 제일 잘 안될 안 등 세 안을 만든다, 그걸로 한차례 정해본다, 이런 방식이에요.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지카야마: 니스 마을 만들기 광장에서는 ‘인생 100년, 마을 만들기 모임’이라는,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과 광장을 활용하고 싶은 사람, 사업자들이 다 같이 모여 이야기하는 모임을 벌써 30회째 하고 있어요. 우선은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차례로 이야기해요. 그러면 그 사람다운 이야기가 솔솔 나오죠.

 

사사키: 횟수를 거듭할수록 점점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요. 인간이란, 표출하면 할수록 자기 생각이 정리되잖아요.

 

지카야마: 거기에서 다양한 수요도 나오죠.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자기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를 위한 임의후견인 제도를 활용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과, 돌봄이 필요해졌을 때 돈 때문에 커뮤니티를 이탈하지 않도록 돌봄을 위한 기부와 기금 체계를 만드는 일 등입니다.

 

사사키: “내 임의후견인 해줘!”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관계가 필요하겠죠.

 

지카야마: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 같은 곳을 전국에 앞으로 500군데 만들고 싶어요. 150만 명 정도의 일대 세력이 생기면, 이 사회도 달라질 수밖에요.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 nasuhiroba.com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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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리 2022/10/19 [19:39] 수정 | 삭제
  • 누워만 있어도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 너무 공감합니다. 존엄한 삶에 대해 성찰과 실행력이 담긴 인터뷰라 가슴이 두근두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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