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에콰도르에서는 올해 6월 13일, 전국적인 파업이 진행되었다. 주동자는 선주민들이다. 에콰도르 선주민 연합조직 CONAIE(코나이에)가 이번 대규모 파업을 이끌었다.
파업의 이유는 연료값 폭등, 더욱 벌어지는 경제적 격차, 아마존 지역에서 다국적기업의 석유 채취와 광산 개발로 인해 삼림 파괴-대기와 수질 오염-산업폐기물 등의 심각한 생태계 파괴 문제, 그리고 공공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과 민영화 반대 등이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근저에 깔린 사람들의 인식은 ‘생활고의 원인이 정치에 있다’는 것이다.
파업은 18일 간 전 지역에서 이어졌으며, 그 결과 에콰도르 정부에 대한 CONAIE 측의 10개 항목 요구안 중 절반 이상이 수용됐다.
에콰도르에서는 2019년에도 연료값 보조금을 폐지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시민들이 2주간 파업을 이어간 적이 있다. 그때 역시, 단순히 원료가격에 대한 항의가 아니었다. 약자를 발생시키고, 가혹하게 착취하는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강화에 대해 분노를 표하고 제동을 거는 파업이었다.
시민들이 시위대를 지지하는 방식
나는 2017년에 에콰도르로 이주해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번 에콰도르 파업을 직접 겪으며, 시민들이 보여준 단결력과 훌륭한 대응 방식에 놀랐다.
우선, 전국에서 수천 명이 넘는 선주민들이 수도 키토에 집결하기 위해서는 숙박할 곳과 식재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키토 시내의 대학들이 캠퍼스를 개방했다. 넓은 강당과 다목적 공간을 이들의 숙박과 집회 장소로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시위 참가자들이 어딘가에서 가스탱크와 풍로, 냄비를 들고 와서는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식재료는 시민들에게 받은 기부로 충당했다. 그 밖에도 담요, 비누 같은 생활용품의 기부도 이어졌다.
나도 가까운 대학으로 화장실 휴지를 가지고 갔다. 물품을 관리하는 사람, 어린이를 보호하는 사람, 식사를 만드는 사람. 물론 전부 자원활동이다.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에콰도르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파업의 최전선은 어디일까. 아마 거리에서 이뤄지는 시위 장면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대다수이지 않을까. 하지만, FLASCSO대학 젠더학 교수이자 액티비스트인 크리스 베가 씨는 2019년과 올해의 파업을 회고하며 이렇게 진단한다. 주로 여성들이 관리하고 있던 집회소야말로, 파업의 최전선이었다고 말이다. 과연 어떤 의미일까.
투쟁의 최전선에 있는 이는 누구인가?
사회운동의 현장에도 젠더에 기반한 편견과 차별이 있기 때문에, 여성이 주로 식사 준비나 돌봄노동을 담당하는 일은 안타깝게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크리스 베가 교수는 여성들이 만들어낸 집회소가 거리에서의 직접행동과 동등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강렬한 ‘정치 현장’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 증거로, 에콰도르 경찰은 2019년에도 그랬고 올해에도 여성들이 관리하는 집회소를 최루탄 등으로 공격했다.
경찰이 집회소를 공격하는 이유는 그곳이 시민들의 투쟁을 뒷받침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투쟁의 현장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이제 더이상 그저 식사를 제공하는 장소, ‘여성들이 관리하는 장소’로서 투쟁의 그늘에 가려질 수 없는 ‘파업의 최전선’이다. 지속적인 투쟁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사회가 존속할 수 있는 역할을 해왔음에도 주변화되었던 ‘재생산 노동’이 정치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6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관련기사목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