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을 ‘불처벌’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책 『불처벌』을 만든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유나, 혜진 활동가

박주연 | 기사입력 2022/12/20 [12:18]

성매매 여성을 ‘불처벌’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책 『불처벌』을 만든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유나, 혜진 활동가

박주연 | 입력 : 2022/12/20 [12:18]

한국 성매매 산업은 30~37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라고 한다.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걸 생각하면 저 숫자가 대체 어떻게 나오는 건가 싶다. 관련 행위자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도 왜 성매매는 줄지 않는걸까? 이런저런 의문이 들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성매매라는 말은 불편하고, 또 화가 난다. 최대한 나의 삶에서 떨어뜨려 놓고 싶다. 그렇기에 성매매 이슈는 마음의 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많은 여성들, 페미니스트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그런 복잡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 등장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출간한 『불처벌-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은 한국 사회의 ‘견고한’ 키워드 중 하나인 성매매에 도전장을 내던진다. ‘성매매 여성을 불처벌하자. 그리고 성매매 산업을 축소, 근절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는 주장과 함께.

 

▲ 『불처벌-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기획, 휴머니스트, 2022)을 들고 있는 혜진, 유나 활동가. ©일다

 

어마어마한 매출을 자랑하는 성매매 산업의 실체와 구조, 불법이라면서도 성매매를 용인 혹은 장려해 온 국가, 처벌의 대상과 보호의 대상 사이에서 취약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 이 책에는 왜 지금 성매매 여성을 불처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일 수 밖에 없는지, 그 배경이 꼼꼼히 담겨있다. 『불처벌』을 만든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유나, 혜진 활동가를 만났다.

 

-유나 활동가가 쓴 ‘들어가는 글’을 보면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 성판매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장면에 대한 충격이 담겨 있어요. 이후 성판매 행위를 처벌하는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은데요. 이 책이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유나: ‘불처벌’을 주제로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온 건 2020년 초였어요.

 

혜진: 일단 세미나를 좀 해보자 했죠. 한 달에 한번 정도 모였어요. 한번 토론을 쫙 하고, 그 때 나온 이야기들을 가지고 팀을 주제별로 중간에 나눴어요.

 

유나: 성매매 여성을 처벌해 온 역사, 어떤 정당화를 통해 여성들이 처벌되어 왔는지 검토하는 팀. 성매매 여성이 처벌 받는 현실 사례를 정리하는 팀. 노르딕모델(스웨덴을 중심으로 북유럽 국가 일부가 채택하고 있는 정책으로, 성매매 여성이 아닌 성구매자를 처벌함으로써 수요를 차단하는 방식)이 다른 국가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어떤 논의를 바탕으로 시행되었는지 찾아보는 팀. 이렇게 세 팀이었어요.

 

세미나 시작할 때 각자 노르딕 모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는 법 정책에 대한 입장과 의견을 써와서 공유했어요. 서로의 차이와 공통점을 확인했는데, 그 시간이 모두에게 인상 깊었어요. 그 때 합의된 것이 있어요. ‘성매매 산업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중요하다. 이걸 중심에 둬야 한다’. 또한 ‘이 산업을 규제하려면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정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성매매라는 건 성별 권력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구매자와 판매자의 위치를 동등하게 볼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유나: 그러다 작년 하반기 즈음에 ‘불처벌’과 관련된 고민과 질문을 던지는 책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기획하기 시작했죠.

 

혜진: 책의 필자가 총 12명인데요. 같이 세미나를 했던 분도 있고, 책을 기획하면서 섭외한 분도 있어요.

 

유나: 필자들이 다같이 모여서 전체회의를 했어요. 성매매 여성 불처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고민은 되지만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시간이었죠.

 

-『불처벌』은 질문이 많이 떠오르는 책이었어요. ‘성매매 여성을 불처벌하자’라는 이야기는 지금 성매매 여성이 처벌되고 있다는 거고, 처벌한다는 건 이 여성들에게 죄가 있으니 그만하라는 의미잖아요.

 

혜진: 성매매를 줄이기 위해서 (성판매 여성) 처벌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어요. 그 논리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의 주요한 원인이자 한 축이라는 거죠. 근데 여기서 크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가 산업이라는 거고, 성판매 여성, 성구매 남성, 성매매 산업 사이의 권력관계가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거에요.

 

성판매 여성의 경우엔 형사적 처벌뿐만 아니라, ‘사회적 처벌’이 팽배한 사회와 마주해요. 이들을 혐오하는 게 쉽게 용인되죠. 그러니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목소리 내기 어렵고, 목소리를 내더라도 묵과 당하고, 권리를 보호받을 수 없어요. 이런 상황이 알선자 등 산업 업주와 자본의 입장에선 더욱 유리하게 작용되고 있어요. 과연 ‘이 여성들을 처벌하는 것이 누구에게 유리한가?’ 묻고 싶어요. 결국 이 처벌이 오히려 성매매 산업이 유지되고 확장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2021년 상담통계 및 분석 중 상담자 ‘성매매종사유형’ 출처: https://e-loom.org/action/report

 

-성매매 여성 불처벌이라고 하면, 성구매 남성을 처벌하는 정책인 ‘노르딕 모델’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질문이 생기는데요

 

유나: 세계적으로 성매매를 다루는 법 정책은 크게 4가지에요. 전면 비범죄화, 전면 불법화, 합법화 그리고 노르딕 모델.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개정해 나가는 방식이죠. 사실 노르딕 모델이라는 건 어떤 원칙의 상징이라고 봐요. 성매매를 ‘젠더폭력’으로 본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판매자를 처벌하면 안 되고 구매자를 처벌한다는 것. 이 원칙에 기반해서 법 정책이 구상되어야 한다는 점엔 동의해요.

 

다만 노르딕 모델은 수요를 차단하는 것, 그러니까 남성 구매자를 처벌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만들어진 나라의 사회문화라는 게 있다는 거에요. 그곳들은 원래 행위자가 처벌받지 않는 곳이었는데, (성매매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구매자들을 처벌하게 된 거거든요. 그게 가능했던 건, 그 나라들은 한국처럼 성매매가 산업화되지 않았고 대부분 1:1 성매매인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한국은 상황이 너무 다르다는 거에요. 남성 구매자들 처벌을 엄격히 하자는 것만으론 성매매 산업을 규제하거나 축소하기 너무 어렵다는 거죠.

 

그렇다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으면서, 성매매 산업을 축소하는 법 정책 방향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논의를 해 보자는 거죠. 한국은 30~37조 산업이라고 할만큼 규모가 크고, 업종도 너무 많고, 이 업종을 운영하는 방식도 다 다른데, 유일한 공통점은 그 안에서 여성이 ‘상품’이라는 거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제대로 논의해 봐야 한다고 봐요.

 

혜진: 우리 이야기가 노르딕 모델하고 대립된다기보다 ‘관점을 더 하자’는 거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우선 순위는 성매매 여성 불처벌, 그리고 더 이야기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한국에선 성매매가 고도의 산업화를 이루고 있잖아요? 스웨덴은 성매매 여성이 3,000명 정도라는데, 한국은 강남의 업소 하나만 해도 그 정도이지 않을까 싶으니까요.

 

유나: 책 2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해온 역사’ 내용이 중요한 이유가, 우리에겐 식민지에서의 공창의 역사가 있고, 6.25 내전 상황에서 위안소 상황이 있고, 미군 기지가 들어와서 합법적으로 기지촌을 운영한 역사가 있고, 국가가 관광상품으로 ‘기생관광’을 운영해 온 역사가 있다는 거에요. 이 역사와 지금의 성매매 산업이 연결된 맥락을 알고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죠. 일종의 K-모델이 필요하다고 봐요. 성매매 여성을 불처벌한다는 원칙 아래,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효성이 있는 우리만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거죠.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으면, 공급이 더 많아지고 산업이 더 커지는 건 아니냐는 반론도 나올 텐데요. 불처벌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유나: 성매매 산업을 규제할 수 있는 성매매 산업 규제 법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떤 산업을 규제하는 법 같은 걸 만들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닐 테니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탐색해 보고 싶고요. 사실 이 산업이 돈이 안 되면 되거든요.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는 이유가 ‘생존’을 위해서라면, 알선자들이 성매매를 하는 이유는 이게 돈이 되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돈이 안 되게 할까? 수요를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겠죠. 영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방법일테고요. ‘내가 이렇게 힘들게 돈 버느니 딴 걸 하고 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업하기 까다로워지면 되는 거에요. 알선자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알선자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유나: 구매자랑 판매자보다 알선 행위에 대해선 처벌이 더 세긴 해요. 근데 그 알선행위자를 잡는 게 참 어렵거든요.

 

혜진: 경찰들이 성매매를 처벌해야겠다고 하면 현장단속, 함정단속 등을 하는데 그럴 때 잡히는 건 판매자와 구매자이지 알선자가 아니에요. 알선자를 찾는 건 쉽지 않죠. 유흥업소 단속을 가더라도, 소위 말해 ‘2차’는 구매자와 판매자 둘이서 한 거라고 하면 이들이 알선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걸 찾기가 어렵거든요.

 

유나: 성매매를 통해 업주가 돈을 가져갔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입증하기 쉽지 않죠. 현금으로 거래하니까, 장부 같은 걸 압수하지 않는 이상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오히려 성매매 집결지는 쉬워요. 거긴 누가봐도 성매매를 하는 곳이니까요. 근데 한국에서 그런 집결지는 전체 규모의 16%정도 밖에 안 된다는 거고, 다른 성매매 상황에선 알선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너무 많아요. 제가 지원했던 사례 중엔, 성매매 여성이 알선자의 얼굴도, 연락처도 모르는 경우도 있었어요.

 

혜진: 중간 단계가 무지 많은 거죠. 성매매 여성이 연락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 사람은 또 저 사람한테 연락하고, 저 사람은 그 사람한테, 또 그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 이런 식으로 중간 단계가 많고, 어떤 실물 공간이나 사무실도 없고 하니까, 진짜 알선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거죠. 돈 수금할 때도 이체하는 게 아니라 누가 직접 가지러 오긴 하지만 오토바이 헬멧 쓰고 와서 돈만 가져가고요. 요즘은 오픈채팅방 이런 것도 이용하니까, 알선자를 고발하고 싶어도 알고 있는 개인정보가 없어서 고발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알선자는 정말 이들을 타겟팅해서 기획수사를 하지 않는 한 잡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유나: 알선자들을 잡으려면 제대로 기획수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실 시간도 많이 들어가고 노력도 많이 해야 햐죠. 수사기관 입장에선 그것보다 함정수사 나가서 판매자나 구매자를 잡는 게 나은 거죠. 알선자 처벌이나 이 산업을 규제하는 일이 한번에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규모가 너무 크니까요. 한번에 어떻게 하겠다는 건 불가능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다양한 노력을 해 봐야죠.

 

▲ 지난 9월 성매매처벌법 개정 촉구 전국행진에 참여한 이룸 활동가들 모습 (출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페이스북)

 

-성매매 여성을 향한 처벌이 그들을 더 취약한 상황에 빠뜨린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실감하게 되었어요. 그런 상황을 잘 모르면 ‘처벌을 받게 되었을 때 그만둬야지, 왜 계속하냐’고 생각하기 쉽죠.

 

혜진: (처벌 받고 난 뒤에)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거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요. 반대로 꼭 처벌 당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도 ‘더 이상 이거 못하겠다’고 그만두는 사람도 있어요. 근데 그건 ‘자원’이 있어야 가능해요. 다른 일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의 자원이요. 그게 아닌 사람들, 더 자원이 없는 사람들은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거에요.

 

유나: ‘왜 성을 판매하냐’라는 원인을 건드려야 하는데 자꾸 ‘의지로 된다’고 하니까 답답해요. 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면서 제일 난감하고 기분 나쁠 때가, 성매매 여성을 잡은 수사기관이 이 사람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지 얘길 다 듣고 나서 ‘그러니까 (성매매)하면 안 되죠’라고 할 때거든요.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지 않고 훈계만 하는 거죠.

 

혜진: 왜 이 여성들은 자원이 없는가, 왜 이렇게 여성들을 원하는 수요와 산업이 큰가? 라는 부분에 대해 사회적으로 개입이 되어야 하는데, 여성이라는 개인에 집중하니까 그런 거 같아요.

 

-책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지만, 페미니스트로서 3부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향한 문화정치’ 부분은 굉장히 쫄깃?!했어요.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재차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고요. 최별의 “‘성매매는 성폭력이다’ 그러나 그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가영의 “착취는 어떻게 울타리 없는 여성의 협력을 이끌어내는가”에선 많이 배웠습니다. 성매매와 성폭력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고민이 많았을 것 같더라고요.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요?

 

혜진: 성매매 산업 자체가 성별 권력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는 산업이니, 구조적으로 성별 권력관계에 의한 폭력이자 착취라는 건 맞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다만, 성매매엔 화폐라고 하는 또 다른 권력관계가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성매매가) 성폭력과 연결 선상에 있는 부분도 있지만 다르게 작용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성매매는 성폭력이다, 페이강간이다’ 라는 말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는 거죠. 책에서도 언급되는 ‘떡볶이 화대’라던가, 현실에서 함정에 빠지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성매매에 있어서 성별 권력관계와 더불어 경제적인 권력관계가 있다는 거, 그 부분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유나: 남승현의 “‘개인의 선택’을 넘어 성매매의 정치경제적 조건을 묻는다”에서 다룬 중요한 문제 의식이, 우리 사회에 ‘적절한 거래가 있다’고 생각된다는 거에요. 어떤 게 적절한 거래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인식이 성매매를 정당화하는데 끊임없이 활용되고 있고, 그 과정에 우리 모두가 연루되어 있다는 거죠. 보통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성매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적절한 거래가 있다’는 생각은 성매매를 넘어서도 마찬가지에요. 일상생활에서 성의 상품화가 너무 당연하고, 이것에 너무 익숙해져버렸다는 거죠. 그런 감각 안에 성매매가 있다는 것, 중요한 위치 짓기라고 생각했어요.

 

성매매 얘기하면 끊임없이 소환되는 말이 ‘자발성’에 대한 부분인데, 사실 우리 내부에서도 고민이 있어요. ‘자발성’이 계속 이야기된다는 건, 이 사회에서 그 부분을 성매매의 굉장히 중요한 특성으로 보고 있다는 거잖아요? 특히 성매매를 폭력이 아닌 것으로 주장하는 쪽에선 자발성을 핵심적인 부분으로 여기니까요. 그래서 자발성이 아닌 ‘동의’라는 용어로 전환해서 사유를 확장해 보고 싶었어요.

 

민가영의 글을 통해, 우리가 동의와 착취, 폭력이라는 개념을 분절적으로 나누어 생각하면 모든 것이 뒤섞여 있고 연결되어 있는 여성들의 현실을 포착할 수 없다는 점을 같이 고민해 보고 싶었던 거죠. ‘폭력이라고 했을 때 어떤 무서운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폭력이 늘 그런 식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아주 교묘하게 이뤄지고, 그 교묘함 안에 피해자들 역시 연루되어 있다. 그것 때문에 가해자의 책임이 비가시화 되어서 안 되고 폭력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 복잡함 자체가 폭력이다.’ 라는 이야기들을요.

 

‘동의’와 관련된 이야기를 앞으로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성매매에선 동의라는 게 법적인 언어로 맥락 없이 해석되니까, ‘넌 금전을 대가로 동의했잖아’라고 해버리면 문제 제기를 하거나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까 봐 우려되기도 하거든요. 물론 여성운동은 동의를 둘러싼 맥락을 계속 풍부하게 만들어 나간다는 걸 알고 있고, 앞으로 같이 해나가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 지난 11월 진행된 『불처벌』 북토크 홍보 자료 중 (출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페이스북)

 

-유현미의 “성매매 여성을 동시대 시민으로 사유하기 위하여”는 굉장히 인상적인 글이고, 책의 마지막에 배치한 것도 의미심장했어요. 이 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죠.

 

혜진: 성매매 담론이 조금 더 풍부해 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어요. 사실 성매매에 얽혀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고, 한국 사회 문제들과 연결된 부분도 많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 더 논의되었으면 좋겠어요.

 

유나: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는 문제적이에요. 효과도 없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시급하게 바뀌어야 하는 법 조항이거든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여성들이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야’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책을 만드는 과정이 두 분에게도 어떤 배움의 과정이었던 것 같네요.

 

유나: 같이 활동했던 동료한테 ‘반성매매 운동은 침몰하는 배 같다’는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지금 소위 힙한 담론들과는 거리가 있죠. 근데 책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성매매에 대해 세심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는 이 모든 과정들을 페미니즘 운동의 중요한 부분으로 가져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고민해 볼만한 의제로 자리잡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어요. 또 중요한 건, 여성주의적으로 성매매를 고민하는 동료들이 생겼달까, 공동체가 생긴 기분이에요.

 

혜진: 사실 이 책이 어떤 대안을 딱 제시한다기보다 그 대안을 함께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는 거잖아요? 앞으로의 과제는, 이제 이 책을 들고 더 많은 동료를 만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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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띠기 2024/12/19 [10:03] 수정 | 삭제
  • 불량식품을 파는 사람을 처벌 해야지.팔길래 사먹은 사람을 처벌하면 불량식품이 근절 되겠냐??
  • 다같이 2024/12/18 [13:16] 수정 | 삭제
  • 수요를 억제해서 공급을 줄인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이론을 적용하자는 것으로 보이네요. 그런데 그 방법을 마약 문제에 적용해 보면 수요자를 처벌해서 수요를 억제하고 생계곤란한 공급자들은 불처벌하면 마약이 줄어들까 의문이 드네요. 생계형 성판매자들도 최저임금이나 일자리를 말하지만 최저임금 나라가 준다기보다 우리 이웃 사장님이 주는 거고, 일자리는 사람을 못 구해서 외노자 수백만 들어오는 현재 노동시장에서 편안한 사무직만 찾으니 그런 일자리 없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읽다보니 성산업 수십조라든지 하나의 업소에 3천명이라든지 근거를 밝히지 않으면 전체 내용이나 취지가 이해되지 않을거 같네요.
  • ㅂㅂ 2024/12/17 [19:12] 수정 | 삭제
  • 판매하지 않으면 누가 구매할 수 있을까? 판매자가 있어야 구매자가 있을수 있는법인데 왜 구매자만 처벌하자고 하는걸까? 매우 편협하고 이기적인 발상이다
  • ㅇㅇ 2023/01/09 [18:54] 수정 | 삭제
  • 성매매 판매자랑 여자 묶어서 처벌하고 솜방망이 처벌하면 나와서 또 같은 짓 합니다. 무조건 판매자랑 여자 10년 때려야합니다. 판매를 못하게 되면 사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없어집니다.
  • 소쩍새 2022/12/28 [12:13] 수정 | 삭제
  • 이거 없어도 문제고, 그렇다고 있어도 문제고... 솔로몬의 지혜는 이럴 때 필요한 게 아닐지...
  • 1211 2022/12/24 [00:11] 수정 | 삭제
  • 성매매에 있어 한국적 특수성을 많이 고민하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매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그 규모도 엄청난데 그에 비해 관심은 현저히 떨어지는 듯해요. 꾸준히 활동하시고 목소리를 내주시는 저자 분들께 감사하네요.
  • ㅇㅇ 2022/12/23 [13:50] 수정 | 삭제
  • 이룸 활동가들 지치지 마시고 불처벌 이루어질 날까지 같이 힘내요
  • Shin 2022/12/22 [10:15] 수정 | 삭제
  • 반성매매운동은 침몰하는배같다... 왜일케 공감이 되지... ㅠㅠ 근데 두분 얘기 보면서 환경이 그렇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큰 산업이 되어있어서 그럴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상품인 여성들을 처벌하면 안된다는 거에서 출발해서 다시 항해하자는 의미로 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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