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는 자연재해 아닌 ‘인재’…경영진이 책임져야도쿄전력 주주대표 소송에서 승소한 오가와 사치코 씨의 소회“피고 가츠마타…”라는 판결 주문의 첫머리가 들린 순간, 내가 메모하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이겼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대해, 당시 도쿄전력 임원들의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 소송이 11년의 시간이 걸린 끝에 법원에서 ‘승소’했다. 지난 7월 13일, 도쿄지방법원은 피고 5명 중 4인에게 13조 엔(한화 약 124조 원)을 도쿄전력에 지급하도록 명했다.
소송을 제기한 도쿄전력 주주 47명은 예전부터 ‘탈원전’을 요구하며 주주운동을 벌여온 이들이다. 이 판결은 원전 사고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임을 밝혔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으며, ‘탈원전’ 운동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원고 중 한 명인 오가와 사치코(小川幸子) 씨가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편집자 주]
‘인재’로서 원전 사고의 책임을 묻고 싶다
나는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접한 후, 내가 살던 지역에서 ‘탈원전’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도쿄전력 주주운동(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기업의 주주가 되어, 주주총회 등에서 의사 표현과 결정에 관여하는 운동)에 참여해왔다.
이번 도쿄전력 주주대표 소송의 원고가 된 계기는, 2011년 6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열린 주주총회에서 당시 가츠마타 츠네히사 회장이 한 말 때문이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대참사에 대해서는 면책 받을 수 있지만, 피해자 구제를 위해 원전배상법의 무과실책임에 따라 배상을 하겠다.”
이말인즉,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가해자가 아니라 자연재해의 피해자이지만, 피해자 구제를 하기 위해 배상에 응한다는 것. 그의 무책임한 말을 들으며, 원전 사고를 ‘인재’라고 인식하게끔 제대로 도쿄전력의 책임을 추궁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재판장은 “(도쿄전력) 경영진은 일단 일어나면 국가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는 참혹한 사고를 어떤 일이 있어도 일어나지 않도록 할 공익의 의무가 있고, 무과실책임을 규정하는 법령으로부터도 대형사고를 방지할 책임을 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원전사업 경영자의 ‘안전 확보 책무’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이 재판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40분이나 걸린 판결문 낭독을 조용히 끝내고 퇴정하는 재판관들에게 박수와 감사의 말들이 이어졌다. 직원의 제지도 없었다. 법정이 하나되어(피고 대리인은 제외하고) 판결에 공감대를 이룬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판결의 핵심 포인트]
- 원전에는 대형 참사의 위험성이 있으며 원전을 설치, 운영하는 회사는 최신의 과학적, 전문기술적 지식에 기반하여 절대 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정부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가 2002년 7월에 제시한 장기평가에는 쓰나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를 잡는 데 신뢰성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도쿄전력 측은 이를 무시하고, 토목학회에 검토를 의뢰하자며 쓰나미 대책 실시를 보류시켰다.)
- 쓰나미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원전 운전을 위해서는 쓰나미 침입을 막는 ‘수밀화’(水密化,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함) 등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으며,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이러한 공사가 진작에 가능했었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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