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베이스 수원 콜센터에서 일하던 상담원 12명이 사업장 폐쇄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됐다. 그리고 10개월째 복직 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 경험과 복직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시야, 정소은, 정윤영, 희정 네 명의 기록자가 듣고 쓴다.
콜센터 업무 외주화 20년…그 결과
콜센터 상담원이라는 직업이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상담 내용은 가지각색이다. 금융사, 공공기관, 문화센터, 수리센터, 판매처 등. A/S 상담이 필요하지 않은 직종이 없다. 이 다양한 분야가 콜센터라는 이름으로 ‘퉁쳐진’ 까닭은, 어느 날부터 기업이 고객 상담 업무를 도급/용역업체에 맡기고, 콜센터 상담원만을 관리-파견하는 아웃소싱 업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 어느 날이 위기라는 이름 아래 많은 것이 허용되던 IMF 외환위기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유베이스라는 콜센터 기업 또한 1998년에 설립되었다.
콜센터 업무가 외주화된 20년 세월의 결과는 이것이다. 월 평균 임금 213만9천692원, 연간 이직률 68.5%, 하루평균 통화 건수 110건, 고객 폭언 월평균 12회, 성희롱 월평균 1회 경험(2021년 기준).
이직률 68.5%. 10명을 뽑으면 7명이 나간다는 말이다. 이직률이 높은 직업은 빤하다. 일이 힘들고, 보수는 좋지 못한, 경력이 쌓여도 보상은 따라오지 않는 일터. 여기에 인격모독이나 시간 통제까지 더 해지면 회사 떠나는 기간이 빨라진다.
10명 중 7명이 떠나면 다시 7명을 데려온다. 그러니 콜센터는 늘 ‘구인 중’이다. 진입 문턱 없이, 가혹한 스트레스만 견디면 월 200만 원 이상 보장한다는 말은 구직 지원 버튼을 누를 때만 해도 매력 포인트가 된다. 하여 청년 백수도 오고, 경력단절 기혼 여성도 오고, 정년 나이(60세)가 지난 이들도 이곳에 온다.
그런데 유베이스 수원 콜센터 상담원들은 ‘1년만 일해도 고참이 된다’는 콜센터에서 십수 년을 일했다. 30년을 근무한 이도 있다. 30년이면 유베이스가 창립된 날보다 더 앞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30년 전 삼성전자 수리센터 정직원으로 입사했는데…
“알바부터 시작해서 삼성전자 정규직 직원이 되었는데. IMF때 자회사로 내려가고, 분사(기업이 조직 일부를 분리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일) 되고, 아웃소싱 거치고. 최종적으로 유베이스거든요.” (배경순. 1991년에 삼선전자 수리센터 입사)
30년 근무자들은 삼성전사 수리센터 정직원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1990년대 말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자회사가 생기고, 2000년대 초반에는 고객상담서비스만 묶어 CS센터가 수원에 생긴다. 이때까진 그래도 회사 이름 앞에 삼성이 있었다.
“삼성이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들어갔죠.”
수원 지역의 특성상 삼성과 그 계열/하청사들이 밀집해 있고, 상담원 가족 중 한 명은 삼성이라는 이름과 연관된 곳에서 근무했다. 친숙한 데다가 대기업 이름‘값’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콜센터 업무는 외주화되고, 용역을 받은 협력업체는 몇 년 단위로 변경됐다. 그리고 2012년, 콜센터 협력업체(이투씨E2C, 지씨에스gcs 등)에서 일하던 상담원 70명이 유베이스로 이관된다.
“10년 넘도록 도급(아웃소싱) 업체에서 일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급여가 최저 시급이 아니고, 상여금도 있고, 수당이랑 자기개발비 이런 것도 있었어요. 그게 해가 갈수록 점차 사라지는 거예요.”
협력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야금야금 연봉이 깎였다. 특히 유베이스로 전환된 이후, 삭감 폭은 급격했다. 결국 최저임금 기본급과 명분에 가까운 상여금만 남았다. 그래도 이들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애들 어릴 때는 집 가깝다는 장점 때문에 다니다가, 애들이 다 크고 나니까 그런 메리트도 없는 거예요. 초등학생이었던 딸이 지금 대학생이 됐어요. 이제 나이가 들고 다른 일을 찾아보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거예요. 급여에 대한 불만도 많았지만, 여기서 조금 덜 받고 참고 가자 한 게 10년이 넘은 거지요.” (2011년 지씨에스gcs 입사자)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은 집 가까운 회사였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요구받는 여성에게 집에서 가깝고 정시 퇴근이 가능한 조건은 많은 것을 감수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직장을 다니다가 나이가 들었다. 이들의 장기근속 비결이다. 하지만, 2018년 유베이스는 수원 콜센터를 없애겠다고 통보했다.
집 가깝다는 이유로 모든 걸 감수했다
2018년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씨에스(CS)라는 자회사를 만든 해이기도 하다. 유베이스 상담원들과 함께 서비스 상담을 하던 타 협력업체(gcs/E2C) 소속 상담원들은 자회사 직원이 되었다. 이 자회사에는 노조라는 비밀이 숨어 있었다.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지회(노조)가 만들어지고, 노동조합의 요구 중 하나가 ‘불법 파견’ 의혹이 짙은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고용하는 것이었다. 콜센터 업체 이름만 다르지, 모두 삼성전자서비스 주관 하에 상담 업무를 했다. 삼성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위험’을 비켜가기 위해 자회사를 세운다.
1천여 명의 콜센터 상담원들이 자회사로 채용되던 그때, 유베이스에는 오히려 실직 위기가 닥쳤다. 이들의 주 업무는 삼성전자 제품의 CMI(고객만족도조사)와 B2B(기업대상 유지보수 상담). 10년 넘게 다른 협력업체 상담원들과 한 사무실(삼성cs아카데미)에서 일해왔다. 그러나 이 업무가 유베이스로 이관된 후부터, 이들은 자회사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지씨에스 등 협력업체가 이 업무를 유베이스에 외주화한 것이었다. 외주의 외주. 이런 사실에도 유베이스 상담원들은 큰 동요를 하지 않았다. 회사 이름이 바뀜에 따라 자신들의 처지가 달라지는 삶에 익숙했다. 그러나, 직장마저 잃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자회사 건물이 된 삼성cs아카데미를 사용할 수 없으니 이사를 가야 하는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유베이스는 따로 사무실을 열기에는 수익성이 낮다며, 수원에 있는 사업장을 없애겠다고 했다.
“부천으로 업무가 이관되었다. 그건 부천에 있는 상담사들이 할 거다. 그런데 너네가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 자녀들이 그때는 지금보다 더 어렸죠. 중고등학생이 대부분인데. 거기로 어떻게 출근을 하겠어요. 그만두라는 이야기잖아요.”
수원역에서 부천역까지 지하철로만 1시간. 오가는 다른 시간을 합치면 출퇴근에 서너 시간이 소요된다. 회사는 선심 쓰듯이 지금 그만두면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이것마저 회사의 배려는 아니다. ‘통근 곤란 실업급여’라는 것이 있다. 통근 시간이 3시간 이상 소요되어 퇴사하는 경우 자발적 퇴사라 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절차도, 통보도 필요 없는 한없이 가벼운 해고였다.
하지만 상담원들이 가져온 것이 사직서가 아니라 노동조합 가입서였고, 이때부턴 그 무엇도 가벼울 수 없게 된다. “회사가 괘씸했던 거죠.”
퇴근길, 인근 놀이터에 모여 노조 가입을 결심했단다. 집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자회사, 분사를 거쳐 아웃소싱 파견까지 야금야금 뺏기며 다니던 직장이었다. 그 세월이 서러웠다. 상담사 53명 중 퇴직예정자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노동조합(금속노조 유베이스수원지회)에 가입한다.
그러자 유베이스는 한발 물러섰다. 이들은 수원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한도는 3년이었는지, 2021년 11월 유베이스는 다시 수원센터를 폐쇄하겠다고 통보한다. 노조는 이를 거부했으나, 회사는 전보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사유로 CMI 업무자 12명을 징계 해고했다. 2022년 3월의 일이다.
우리는 프로 노동자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유베이스 아우름 센터. 이 도심 속 센터의 개소식 때, 유베이스는 “매출 3900억 원, 직원 1만1천 명 규모 기업”으로 성장한 성과를 자축하며 “2024년까지 매출 1조 원, 직원 2만 명”을 호언했다. 만 명 단위 기업에서 12명의 해고자가 생겼다. 해고자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을지로 센터 앞에서 선전전을 했다. 유인물이 알록달록하다. 사람들이 안 읽을까 봐 정성 들여 만든다고 했다.
“저희 이야기가 콜센터 업종에선 ‘먹히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우리 해고됐다. 억울하다’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노조가 생겼고, 3년동안 단체/임금협상을 했고, 단체협약서에는 전환배치 등의 업무 변동이 있을 시 노동조합과 합의할 것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지키지 않았다. 대신 한 달 임금의 600%를 위로금으로 제시했다.
“사람들은 다 그럴 거예요. 그 돈을 안 받고 왜 남아 있냐고.”
1년만 해도 장기 근무라고 하는 콜센터에서 월급의 몇 배를 쳐준다는데 나가지 않다니. ‘이 바닥’에서 납득 못 할 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싸움은 어떻게 유지가 되는 걸까.
“저희 힘이요. 버틸 이유가 없는데, 계속 버티는 사람들이요.”
기업도, 정부 기관도, 다들 이들에게 버틸(해고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들의 해고를 부당하지 않다고 판정했다. 회사가 미비하나마 징계 절차를 갖췄고, 위로금 제시 등 보상 노력을 했다는 것이 이유다. 수원에서 부천으로 출퇴근이 불가능한 중년 여성들의 처지 같은 것은 고려되지 않았다.
“여자 노동의 처지를 모르는 거죠.”
유베이스는 10개월을 버티는 해고자들에게 ‘자존심 싸움’ 그만하자고 했단다. “자존심이 아니라, 이건 존엄성 싸움인데요.”
이들이 든 피켓에는 진상 고객에게 시달리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전자 정보를 다루는 프로 노동자’라고 쓰여 있었다.
“지금도 콜센터 상담원 뽑기가 어렵다고 해요. 이 업무가 지금은 인정을 못 받고 있지만, 우습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이 업무가 되게 어렵고 힘들고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받고, 지금의 급여 체계로는 사람을 뽑기 힘들어지는 시절이 오지 않을까. 귀한 직업 대우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대우를 받는 데 있어 지금 우리가 하는 싸움이 일정 정도 기여를 했다. 나중에라도 그런 생각을 하고 싶어요.” (배경순 지회장)
어느 콜센터 아웃소싱 업체이건, 그들이 1등이 되건, 국내 최고가 되건 간에 일하는 상담사 1만 명 그리고 앞으로 들어올 1만 명은 최저시급 임금을 받고, 부품처럼 사용되다가, 못 버티면 나가는 사람들이어야 할까. 이직률 68.5%가 당연하고, 10년 넘게 근무한 것이 이상하고, 위로금을 준다고 해도 해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이해가 안 가는 직군이어야 할까.
버틸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버티는 일은 이들에게 그 자체로 싸움의 동력이자 목적이다. ‘어떤 직업은 그렇게까지 버틸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존엄을 증명하기 위해 싸운다.
해고된 CMI업무 담당 상담원 12명은 복직 투쟁 중이며, B2B업무를 담당하는 비해고자 상담원 10명은 여전히 노동조합을 유지하고 있다. 유베이스수원지회(노조)는 부당해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필자 소개] 희정. 기록노동자.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두 번째 글쓰기』,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등을 썼다.
이 기사 좋아요 40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유베이스 수원 콜센터 상담원들의 이야기 관련기사목록
|
노동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