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와 퀴어가 애쓰지 않아도 되는 헬스장

‘Ninaru’ 퍼스널 트레이닝 스튜디오 대표 오모리 아키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23/02/19 [21:19]

페미니스트와 퀴어가 애쓰지 않아도 되는 헬스장

‘Ninaru’ 퍼스널 트레이닝 스튜디오 대표 오모리 아키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23/02/19 [21:19]

일본 오사카 시내에 ‘페미니스트와 퀴어가 애쓰지 않아도 되는’ 트레이닝 스튜디오 Ninaru가 문을 열었다. Ninaru는 일어로 ~이 되다, ~해진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면 편안하고 따뜻한 색감의 벽에 목제 기구가 세 대 보인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오죠. 하지만, 여기는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모두가 운동을 통해 자기 몸에 대해 알고, 자신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곳이에요. ‘몸을 쾌적하게 느끼려면 운동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얘기한 분도 보았어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며 체육을 싫어하는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오십니다.”

 

이 스튜디오를 연 오모리 아키(大森暁)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오모리 아키 ‘Ninaru’ Body Maintenance Studio 대표. 1985년 오사카 출생. 전미엑서사이즈 & 스포츠트레이너협회 인증 트레이너이자, 요가지도자 자격 등을 취득했다. 티셔츠에 있는 Ninaru 로고는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기도 하고, 성별 이분법을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세 가지 얼굴로 표현했다. (촬영: 다니구치 노리코)

 

3세대 페미니스트의 성장기

 

지금은 돌아가신, 아키 씨의 할머니 에이코 씨는 페미니스트였다. 어머니 준코 씨도 마찬가지. 이혼 후 싱글맘이 된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아키 씨를 어린이집에 데려가고 데려오고, 저녁을 먹인 것은 준코 씨의 성소수자 친구들이었다.

 

“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당시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어렸을 땐 남들과 다른 걸 자랑하고 싶잖아요? 치마를 입은 아저씨가 저를 데리러 와서 놀라는 친구들에게 ‘이 사람 내 친구야’ 그랬어요. 초등학생 시절에 어머니의 모임에 같이 갔더니 더 엄청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을 열어줬다. 왜 나는 스스로를 ‘여자’라고 인식하고, 왜 ‘여자’의 몸이고, 왜 ‘남자’를 좋아하는가, 내가 수긍할 수 있는 1인칭 대명사는 무엇인가….

 

이런 아키 씨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20대 초반까지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갸루(Girl의 일본식 발음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유행한 짙은 화장과 화려한 색깔의 헤어, 독특한 의상의 스타일을 칭함) 스타일이었다.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꼈고, ‘난 뚱뚱해. 마른 여자가 더 귀여워’라고 생각했다. 페미니즘이 십대 시절의 아키 씨에게 어떤 가이드도 되지 않은 걸까?

 

“페미니즘은 몸이 뚱뚱한지 말랐는지에 대해 별로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페미니스트 중에도 체형을 신경 쓰는 사람이 있잖아요. 지금은 내 힘으로 생존할 수 있으니, 스스로 가장 편안하고 쾌적하다고 느끼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 만연한 여성혐오와 젠더 고정관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의류업계에서 일했다. 당시 그 회사에는 없었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정비하는 활동을 했다. “싫은 소리도 엄청 많이 들었지만, 페미니즘이 저에게 도망치는 걸 용납하지 않았어요.(웃음)”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운동을 좋아하게 됐다. 이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운동을 가르치기 위한 세미나를 듣게 되었다.

 

“세미나 내용 중 미소지니(여성혐오)와 젠더 고정관념이 걸렸어요. ‘여성은 자궁이 있기 때문에 100% 힘을 낼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예요. 클라이언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지도 방법을 바꾸고 말이죠. ‘대체 뭐야, 이 업계는?’ 그런 걸 타파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 생각했죠.”

 

▲ 퍼스널 트레이닝 스튜디오 Ninaru의 아늑하고 편안한 내부 공간. 출처 https://ninaru.peatix.com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시오야스 츠쿠모(塩安九十九) 씨의 조사에 따르면 ‘남녀’별로 되어 있는 운동 설비, 다른 이용자들의 시선, 질병이나 장애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인해, 성소수자나 장애인이 운동 시설을 이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한 경우들이 있다.

 

이곳 ‘Ninaru’의 운영 방침은 크게 세 가지이다.

① 이용자를 섹슈얼리티로 구분하지 않는 운영

② 젠더를 강요하지 않고, 개인을 존중하는 운영

③ 차별이나 편견을 용인하지 않는 운영

 

운동을 통해 몸을 알고, 자기를 알고, 다른 사람을 알 수 있다. 스튜디오에는 페미니즘과 섹슈얼리티 관련 책이 놓여있고, 공부 모임이나 차 마시는 모임도 열린다.

 

그 중에는 ‘페미 등산부’도 있고, 페미니스트들의 자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도 있다. 페미니스트의 자녀로 산다는 것은 “까놓고 말해, 살기 어려워요”라고 말하며 웃는 아키 씨는 2년 전에 ‘Children of Feminist Adults’(COFA)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부모의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것 아닐까 하는 공포와 늘 마주해요. COFA가 페미니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 둘의 엄마이기도 한 오모리 아키 씨는 현재 일본의 3세대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의 역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다.(야마우에 치에코 감독)

 

운동과 몸의 해방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나갈 것

 

스튜디오 이름인 Ninaru는 ‘건강해-지다, 웃는 얼굴이 -된다, 동료가 -된다’는 용어들에서 땄다. “목욕하다가 떠올랐어요. 커뮤니티적 요소는 꼭 넣고 싶었거든요.”

 

로고는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기도 하고, 성별 이분법을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세 가지 얼굴로 표현했다.

 

Ninaru의 방침에는 ‘차별은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인식하기’도 있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이 일어날 것을 전제로 어떻게 그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대처할지를 계속 생각해야 해요. 시오야스 츠쿠모 씨의 조사에서 발견한 건, 탈의실이나 성별 기입란의 문제 이상으로 나의 태도나 발언, 이용자들 간의 교류, 그룹 레슨 중의 대화 같은 것들이 누군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이용자들이 더 연루되게 하고 싶”다는 오모리 아키 씨.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과 운동과 몸의 해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Ninaru는 다양한 모양이 되어갈 겁니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씨가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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