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장악한 정치 “2030 여성들이 바꾸자”

2030 여성을 정치인으로…일본 ‘피프티스 프로젝트’ 시동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23/03/26 [11:32]

남성이 장악한 정치 “2030 여성들이 바꾸자”

2030 여성을 정치인으로…일본 ‘피프티스 프로젝트’ 시동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23/03/26 [11:32]

세계경제포럼(WEF)이 여성의 경제적 지위, 교육 수준, 건강, 정치적 리더십을 기준으로 성평등을 가늠하는 ‘젠더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 2022)를 살펴보면, 일본은 146개국 가운데 116위이다.(한국은 99위) 특히 정치 분야에서의 젠더 격차는 146개국 중 139위로, 극단적인 수준의 성 불평등을 보여준다.(한국은 경제 분야의 젠더 격차가 123위로, 일본보다 낮다.)

 

국회의원 중에서 여성의원 비율은 15.4%에 불과하다,(한국은 19%) 지방의회 의원의 여성 비율은 어느 세대에서도 20% 이하다. ‘다양성 없는 의회 구성’이 왜곡된 정책을 밀어붙이는 구조다. 차별받고 소외 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는데 예산을 쓰는 대신, 방위비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증액하는 것과 같은 정치 말이다.

 

올해 4월, 4년에 한 번 있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회에서 20~30대 여성의원 비율을 30%로 늘리려는 ‘피프티스 프로젝트’(FIFTYS PROJECT)가 전개되고 있다. 청년 여성들의 입후보를 독려하고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작년 9월 시동을 걸었고, 일본 각지에서 여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정치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 일본에서 4월 있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2030 여성의원의 비중을 30%로 늘리기 위해 입후보자를 독려하고 지원하는 ‘피프티스 프로젝트’(FIFTYS PROJECT) 대표 노조 모모코 씨(왼쪽)와 부대표 후쿠다 가즈코 씨. 활동을 넘어 절친인 두 사람. (페민 제공)

 

앞으로 살아갈 50년, 우리가 원하는 정치

 

‘피프티스 프로젝트’의 대표 노조 모모코(能條桃子) 씨는 청년의 정치참여를 독려하는 ‘NO YOUTH NO JAPAN’ 대표이사이다. 부대표인 후쿠다 가즈코(福田和子) 씨는 성과 재생산에 관한 건강과 권리(SRHR)를 위해 활동하는 ‘#왜없어프로젝트’(なんでないのプロジェクト) 대표이다.(관련 기사: 성 건강을 보장하는 정책, 우린 “왜 없어?” https://ildaro.com/8486)

 

두 사람은 2021년 2월, 당시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의 성차별 발언이 알려진 직후, 가장 먼저 항의 서명을 모았던 멤버다.(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의에서 모리 요시로 위원장은 여성 이사 비율을 40%로 올리자는 제안에 대한 반론으로, ‘여자가 많으면 이사회 회의 시간이 배로 걸린다’, ‘여자들은 경쟁의식이 강하고, 누군가 말하면 자신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등의 망언을 하였다. 이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 여론이 거세지면서, 결국 사과하고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서명에 참여한 이는 15만 명에 육박했다.

 

서명운동 이후에도 두 사람은 모리 요시로의 성차별 발언 관련한 집회와 함께, 당시 앞두고 있던 중의원-참의원 선거에서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 당선된 여성의원 비율은 2021년 중의원 선거에서 9.7%, 2022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25.8%에 그쳤다.

 

노조 모모코 씨는 “선거에서는 ‘젠더 평등’이 어느 정도 쟁점화는 되었지만, 앞으로 살아갈 50년을 생각했을 때 우리가 원하는 변화는 없었습니다”라고 진단한다.

 

“우리에게는 젠더 차별과 임금격차 해소, ‘선택적 부부별성’(일본은 결혼한 부부가 같은 성을 쓰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으며, 관습적으로 아내가 자신의 성을 남편의 성으로 바꾼다. 부부가 다른 성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과 동성결혼 인정,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 등 직면한 문제가 많은데, 어느 정당은 ‘젠더는 표가 되지 않는다’고도 말했습니다. 20대들의 투표율이 낮다고들 하는데, 정치인들이 너무 자신들을 대표하지 않으니 정치를 자신의 일로 생각할 수 없는 겁니다. 오히려 사회 구조야말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쿠다 가즈코 씨도 “가령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인 사후피임약을 OTC(일반의약품)화 하는 사안에 관해 국회의원회관 내 집회를 열어도, 거기에 오는 사람은 국회에서 10~20%밖에 없는 여성의원뿐. 우리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거죠. 임신중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남의 일. 그렇기 때문에 의회 안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은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여성 후보자를 세워 키우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2030 여성, 우리의 인생에 ‘정치인’이 될 선택지를

 

FIFTYS PROJECT는 “정치 분야의 젠더 격차, 우리 세대에서 해소하자”를 모토로, 20대와 30대 여성들의 입후보를 호소하고 연결하고 지원한다. (‘FIFTYS’는 사회의 절반인 여성이 정치에서도 절반의 비중(FIFTY)을 가져야 한다는 뜻과 함께, 성별은 이분법이 아니라 스펙트럼이기 때문에 그러한 의미를 담아 복수를 나타내는 ‘S’를 붙인 것이다.)

 

“직업(경력)의 하나로 정치인을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노조 모모코 씨. 입후보 지원 대상은 젠더 평등과 선택적 부부별성 도입, 동성결혼 인정, 할당제 실현, 그리고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피프티스 프로젝트’의 정치적 입장에 동의하는 20~30대 여성이다. 트랜스젠더 여성을 비롯하며, X-젠더(남녀의 틀에 속하지 않는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 논바이너리(자신의 성정체성, 성 표현이 남녀라는 이분법의 틀에 맞지 않는 사람)도 포함한다.

 

소속 정당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지만, 정파의 구속 때문에 성평등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사람은 지원할 수 없다. 작년 말 이미 모집이 시작되어 면담 등을 거쳐 지금까지 전국에서 27명의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가 나왔다. (각각의 명단은 ‘피프티스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s://fiftysproject.com/candidate) 4월 있을 동시지방선거에서 20~30대 지방의원의 여성 비율을 우선 3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종교우파 등 (성평등 정책을 저해하는) 풀뿌리 우익들이 지방자치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그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움직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지방정치입니다. 관심을 가진 분들과 연결되고 싶습니다.”(노조 모모코)

 

올해 지방선거에서 2030 여성의원 비율 30% 목표로

 

작년 11월 27일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들 대상 선거준비캠프를 열었다. 이가라시 에리 도쿄도의회 의원, 후지모토 아사코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의회 의원이 강사로 참여했는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입후보 예정자들의 질의응답으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SNS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20대~30대 투표율이 낮은데, 다른 연령대도 공략하는 것이 좋을지”, “금전적 부담은?” 등. 유권자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한 ‘전철역 유세’가 지방에서는 역이 적거나 사람이 적어서 진행하기 어렵다는 등의 지역 특유의 상황도 발견되었다.

 

▲ 작년 11월 27일에 열린 FIFTYS PROJECT 선거준비캠프 후 기념촬영. 노조 모모코(뒷줄 왼쪽 끝), 후카다 가즈코(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강사를 맡은 이가라시 에리 도쿄도의회의원(뒷줄 오른쪽 끝), 후지모토 아사코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의회 의원(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과 입후보 예정자들. (페민 제공)

 

선거준비캠프 참여자들 중에는 정당의 공천을 받은 사람도 있고, 무소속인 사람도 있었다. 모두 선거에는 첫 도전이지만, 자신이 입후보함으로써 뒤를 이을 여성이 나온다, 젠더 평등을 실현하고 싶다, 배제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의회에서 전하고 싶다며 지역사회를 변화시켜가려는 패기와 열기로 넘쳤다.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의회 의원선거에 입후보한 다나카 후미에 씨(40)는 세 살, 일곱 살 자녀의 육아를 하면서 일하는 여성으로 ‘어린이집 입소 대기’를 경험한 바 있다. 더구나 지금은 아버지 돌봄도 하는 더블케어 상태다. “20대~30대 여성의 목소리가 정치에 닿질 않습니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한 다나카 씨. “오늘, 비슷한 감각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해서 좋았습니다. 지금은 SNS로 발신하는 정도의 시간적 여유밖에 없는데, SNS에 대한 감각도 서로 비슷해서 이야기하기 편했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후쿠이현 사바에시의회 선거에 입후보 예정인 니시노 유카 씨(39)는 그동안 ‘여성 리더를 늘리자’는 제언을 시에 보내거나, 전천후형 어린이 놀이터와 어린이 권리조약을 만들기 위한 조사 등의 지역활동을 해왔다. “어린이와 청년을 위한 일은 ‘나중으로’ 미뤄지는데, (그간의 활동을) 시민운동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서 입후보를 결정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나시노 씨는 “(선거준비캠프에서) 다른 지역 이야기도 들었는데, 보수적인 분위기가 (내가 사는 지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의회 내에서 언급되는 일이 적었던 목소리들을 소중하게, 의안에 포함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말했다.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의회에 입후보 예정인 이네나가 토모미 씨(33)는 “코로나로 더 힘들고 고독해졌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의 사람을 생각하면 입 밖으로 낼 수 없었습니다. 사회의 지원은 열악하고, 우리의 아픔은 전부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뒤를 이어갈 사람을 위해서라도, 우리처럼 정치 경력이나 뒷배가 없는 사람이 입후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후쿠오카현에서 입후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시오자키 에리 씨(27)는 “정치에 흥미가 없었고, 살아가는 게 괴로운 매일 매일이었지만, 참의원 선거(2022)에서 내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라며 정치에 희망을 가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 지역 의회의 현직 의원을 보면 할아버지들뿐입니다. 나도 의원으로서 누군가의 곁을 지킬 수 있을지 모릅니다. 오늘 캠프를 통해, 나에게 안전한 공간이 선거구 바깥에 생겼습니다”라고 감회를 말했다.

 

지역의회에 내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있다는 것

 

‘피프티스 프로젝트’는 선거 입후보를 독려하고 지원함과 동시에, 이들의 정치적 입장에 동의하는 10대에서 30대 커뮤니티도 만들어 ‘선거운동 볼런티어’ 참가를 독려한다. 노조 모모코 씨가 작년 3월에 가나자와시장 선거에 입후보한 한 후보자의 유세단에 들어갔던 경험에 기반한다.

 

“보수적인 지역이었지만,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치에 대해 뭔가 하고 싶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이나 청년들을 도쿄에서보다 더 많이 만났거든요. 또한 함께 후보자 지원을 하다 보면 다들 많이 배우고, 변화해가더라고요. 커뮤니티를 만들어 후보 지원에 동참하게 하는 일은 미래의 후보자를 키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FIFTYS PROJECT가 선거대책본부를 만드는 지원까지는 할 수 없지만, 지역별 커뮤니티에서 가능한 범위에서 선거운동 자원활동가를 배출함으로써 입후보자와 비슷한 생각과 감각을 가진 스태프가 선거 활동의 중추를 맡는 일은 가능하다.

 

크라우드펀딩은 이미 2차 목표액인 700만 엔 이상이 모였다. 무급 활동으로 인해 스태프들이 피폐해지지 않도록, 유급 스태프 고용과 선거준비캠프 참여시 교통비 보조 등의 활동경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후쿠다 가즈코 씨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20대~30대 여성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청년 여성 입후보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 제언으로 활동을 연결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 ‘피프티스 프로젝트’ 인스타·트위터 아이디 @fiftys_project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씨가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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