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의 미투’ 피해자가 사법정의를 묻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

박주연 | 기사입력 2023/05/03 [19:43]

‘56년 만의 미투’ 피해자가 사법정의를 묻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

박주연 | 입력 : 2023/05/03 [19:43]

‘56년 만의 미투’로 정의를 찾아나선 최말자 씨와 조력자들이 3일 오전 11시, 대법원 앞에서 과거 부정의했던 판결에 대한 재심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말자 씨는 1964년 5월 6일, 성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깨문 것이 ‘고의에 의한 상해’ 행위로 몰려 구속수사 및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재판부가 가해자에게 선고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보다 무거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피해자에게 선고한 희대의 사건이다. 심지어 피해자는 당시 18살, 미성년자였다. 심지어 재판부는 “(가해자와) 결혼하면 일이 끝나지 않느냐” 등의 발언을 하며 피해자에게 충격과 고통을 주었다.

 

우리 사회에 미투(#MeToo) 운동이 한창이던 2018년에 최말자 씨가 한국여성의전화에 재심 청구와 관련하여 문의를 하면서,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지원을 받아 2020년 5월 6일 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고 사법정의를 바로세우고자 나선 ‘56년 만의 미투’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2021년 2월 17일 부산지방법원에선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변호인단이 즉시항고장을 제출했지만 그 해 9월 6일 부산고등법원 또한 항고를 기각했다. 변호인단은 다시 재항고장을 제출했으며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법원은 묵묵부답이다.

 

▲ 2023년 5월 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앞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일다

 

1964년에도, 2023년에도 무죄인 사건이다!

 

최말자 씨의 사건은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도 알려져 있다. 당시 18세였던 최 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21세의 가해자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그의 혀를 깨물었고, 혀의 1.5cm가 잘렸다. 재판부는 이것을 중상해죄로 보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정당방위였다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최 씨와 변호인단은 그것이 분명 정당방위였다는 것을 인정해달라는 취지에서 재심을 청구했지만,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선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피해자(청구인)가 제시한 증거들이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명확한 증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히며, 당시 시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결이라 덧붙였다.

 

기자회견 장에서는 이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가 나왔다. “법원은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검증의 방법, 감정의 내용, 법관의 언행 등이 상당히 부적절하고 피해자의 인격을 침해했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이는 ‘오늘날의 관점’이라는 단서를 달며, 성차별이 자연스레 여겨진 1960년대에 진행된 공판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잣대로 다시 판결할 수 없다고 한 점은 잘못”되었다는 거다. 당시에도 “국회의원, 변호사, 입법조사관, 교수, 경찰 등 전문가들 또한 본 사건의 문제와 여성의 방어권이 여성폭력의 맥락 속에서 고려되고 인정되어야 함을 지적해 왔다”는 것 또한 강조했다.

 

피해자 변호인단의 김수정 변호사는 “사실 이 사건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무죄가 되는 사건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64년 당시에도 무죄였고 지금도 무죄인 사건”이라 강조한 김 변호사는 “그 당시에도 경찰에선 정당방위로 판단했는데, 검찰로 넘어간 후에 갑자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구속했다. 이건 시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사건의 판결을 ‘시대의 문제’로 보는 법원의 해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 2023년 5월 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앞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치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일다

 

이제라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말하는 재판을

 

최원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여전히,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 10명 중 3명 미만이 신고될 정도”로 신고율이 낮고, 기소율은 더 낮다며, 과거에나 현재나 “여전히 성폭력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항하지 않았으면 왜 저항하지 않았냐, 저항했으면 왜 그렇게 과도하게 저항했냐고 묻는 사법기관”들의 행태가 피해자들에겐 큰 장벽이 되고, 이는 피해자들이 사법기관을 신뢰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고도 말했다. 우리 사회의 성범죄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재심 청구는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와 정의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김현선 목포여성의전화 대표는 지금이라도 법원이 피해자에게 해야 하는 말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주장했다. “성폭력을 시도했던 자의 잘못이다. 상대의 혀를 깨물어 스스로를 지키려 했던 피해자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해야 한다.” 김 대표는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 한 “정의는 무너지고, 인권과 피해 회복은 계속 지연된다”고 지적하며, “국가의 법이 지키려고 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어야 하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잘못된 판결은 언제라도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함이 대법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의 또다른 피해자인 ‘김학의, 윤중천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 김숙희 씨 또한 발언을 보탰다.(박민정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가 대독했다) 김 씨는 자신의 재판이 판결되던 날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마지막 희망으로 판결을 기다렸지만, 가해자 무죄 선고가 났고 그것은 엄청난 고통이었다”고 했다. 그러기에 최말자 씨의 고통과 억울함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대한민국 재판에서 억울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라지길 바란다. 부디 올바른 판결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 최 씨를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최말자 씨 “법원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시 정의하라”

 

사건의 당사자이자, 59년이 지났음에도 대법원 앞 기자회견장에 용기 있게 나선 최말자 씨는 마이크를 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국가로부터 받은 폭력은 평생 죄인이라는 꼬리표로 따라다녔고, 매일이 억울함과 분노의 시간이었습니다.”

 

▲ 기자회견 현장, 연대자들과 함께 한 최말자 씨가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일다

 

최 씨는 지난 부산지방법원과 부산고등법원의 재심 청구 기각에 대해 뼈있는 말들을 빼놓지 않았다.

 

“2021년, 부산지방법원과 부산고등법원은 ‘본 사건이 당시의 시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라는 실로 부끄러운 변명으로 재심청구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모든 재판이 시대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저의 사건과 같은 재판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법의 체계를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최 씨는 “(재심을 처음 청구한지) 3년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대법원이 답변을 주지 않아 이 자리에 섰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위해 나아가기를 재차 요구했다. 이 지난한 시간 동안 “때때로 지치기도 하고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싶기도 했다”는 최말자 씨는 그럼에도 계속 버틸 수 있었던 건 “많은 이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이고, “지금 바로 잡지 못하면 이런 일이 되풀이될 것이고,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최 씨는 “재심을 열어 명백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시 정의하고, 정당방위를 인정하여 구시대적인 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했다.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지지·연대 단체들은 이 사건의 재심 개시 촉구를 위해 5월 31일까지 매일 정오부터 13시까지 시민들의 참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진행(campaigns.do/campaigns/885)하며 연대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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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3/05/05 [21:41] 수정 | 삭제
  • 시민161님의 의견이 궁금하네 자기 의견은 안 밝히고 뜬금포 ㅋㅋ
  • BS 2023/05/04 [21:22] 수정 | 삭제
  • 당시에도 얼마나 말이 안 되는 판결이었으면,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라는 영화가 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었잖아요. 영화는 한계가 좀 많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그 영화를 보고 실제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 분이 당시 18살의 어린 나이인줄은 몰랐었네요. 50년도 더 지나서 부당한 판결을 뒤집고 정의를 실현하려고 나선 용기가 너무 멋있고, 그동안 얼마나 억울하셨을까 진짜 사법부가 사죄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시민161 2023/05/04 [21:16] 수정 | 삭제
  • 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요?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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