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의 자유와 권리, 성별 상관없이 ‘평등’하게

가족구성권 3법 발의…국회에서 ‘혼인평등법의 의미와 과제’ 토론

박주연 | 기사입력 2023/06/13 [17:03]

‘혼인’의 자유와 권리, 성별 상관없이 ‘평등’하게

가족구성권 3법 발의…국회에서 ‘혼인평등법의 의미와 과제’ 토론

박주연 | 입력 : 2023/06/13 [17:03]

지난 5월 3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선 가족 관련 법제도에 변화가 요구되는 한국 사회에 필요한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 개의 법안엔 정의당뿐 아니라 기본소득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그리고 무소속 의원까지 12명이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혼인평등법은 민법 812조 ‘혼인의 성립’과 민법 767조 ‘친족의 정의’를 개정함으로써 모든 이가 결혼의 자유와 권리를 평등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비혼출산지원법은 모자보건법 일부를 삭제, 신설함으로써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사람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생활동반자법은 혼인 제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함께 생활을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 5월 31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혼인평등법(민법 가족법 개정안), 생활동반자법, 비혼출산지원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이상 ‘가족구성권 3법’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최 측 제공 사진: 혼인평등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정의당 장혜영 의원,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장혜영 의원을 비롯 강민정, 류호정, 배진교, 이은주 의원 그리고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혼인평등연대가 가족구성권 3법을 설명하는 첫 번째 자리로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혼인평등법(민법 개정안)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6월 7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혼인평등법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논의가 이뤄졌다.

 

혼인권 접근에 있어서 차별을 없애자

 

혼인평등은 영어로는 Marriage Equality, 동성혼이 법제화된 아시아 국가인 대만에선 婚姻平權(혼인평권)이라고 쓴다. 이는 “현 상황(혼인권 접근의 차별)과 해결(평등하게 접근가능한 결혼)을 잘 설명하는 단어”다.

 

혼인평등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이며, “혼인평등이 보장되지 않는 국가는 OECD 38개국 중 단 4개 국가(한국, 슬로바키아, 터키, 일본)”이다. 다만 “일본은 인구의 65%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전국 300여개의 지방자치단체에 동성파트너십 등록제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나머지 세 국가와는 차별점이 있다.

 

또한 일본은 현재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및 호적법의 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의 자유’를 위반하는지를 판결해 달라는 ‘결혼의 자유를 모든 사람에게’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5개 지방재판소(도쿄, 나고야,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에서 진행됐으며, 지난 8일 후쿠오카 지방재판소에서 ‘위헌 상태’라고 결정하였다. 이로써 현 법안이 합헌이라 결정한 오사카지방재판소를 제외한 4곳은 모두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법 규정이 위헌, 혹은 위헌상태라고 판결한 상황이다. (관련 기사: 전진 중인 日 “결혼의 자유를 모든 사람에게” 소송 https://ildaro.com/9504)

 

▲ 6월 7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혼인평등법(민법 개정안)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논의 중인 발제자와 토론자들  ©일다


류민희 혼인평등연대 집행위원은 “혼인 제도를 누리는 사람들에겐 이것이 마치 공기 같아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기도 하고, 그 제도 바깥에 있는 사람들 또한 (혼인 제도의 부재가)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모르기도 한다”며 ‘혼인’의 법적인 효과를 설명했다.

 

“혼인은 두 사람 간의 사법적 계약이면서 동시에 공·사 영역에서 다양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 혼인이 미치는 법적 범위는 혼인관계의 직접적 권리, 의무와 관련된 민법상 효과를 넘어서, 개별 법령에 규정된 혼인, 배우자 관련 조항들을 통해 보건 및 의료, 임대차 승계, 연금, 사회보호, 사회보장, 과세, 국적 및 난민, 정치활동의 허용 및 규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결혼과 관련된 권리, 혜택, 책임, 의무 그리고 (혼인으로 인해 불리해지는) 벌칙 등은 대략 1,000개가 넘는다.”

 

이런 상황이기에 혼인 불인정은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혼인이 종료되는 때에 더 큰 어려움이 발생”한다. “혼인의 불인정은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되는 순간 생존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상속권과 사회 보장상의 혜택들, 헤어짐/이혼 시 작동하는 공적 분쟁해결 기능을 통해 취약한 지위에 있는 배우자가 누릴 수 있는 재산분할, 위자료 등에 대한 권리 등에도 접근할 수 없는 의미가 된다.”

 

류민희 집행위원은 그 사례로, 2004년 인천지방법원 판결을 언급했다. 20여 년간 동성 파트너와 사실혼 관계로 살아온 40대 여성이 폭력 등의 사유로 관계를 해소하길 원하며 파트너를 상대로 낸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이 무효 판결한 사건이다. (관련 기사: 동성애자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는 법원 https://ildaro.com/1621)

 

류 집행위원은 “이렇게 삶을 예상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꾸릴 수 없는 사람들, 예상하지 못한 비극이 발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활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 스트레스 피해는 심대하고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행 민법도 사실 동성혼을 금지하지 않는다!

 

이번에 발의된 ‘혼인평등법’(민법 개정안)은, 민법 812조 ‘혼인의 성립’을 “혼인은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의 신고에 따라 성립하는 것”으로 개정하고, 767조 ‘친족의 정의’를 ‘친족, 부부, 부모의 정의’로 바꾸고 새로운 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현행 민법에서도 동성혼을 금지하고 있진 않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우리의 혼인관계법은 이성혼만 허용하고 그 외 사람들 사이의 혼인관계를 금지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어디에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예컨대, 민법 807조는 만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하고, 809조와 810조는 근친혼과 중혼을 금지하고 있을 뿐, 같은 생물학적 성의 사람들끼리 혼인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는 것. 민법에선 “혼인이 한 사람과 그의 근친이 아닌 다른 한 사람 사이의 결합이라는 점만 규정하고 있을 따름이지,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만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 6월 7일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혼인평등법(민법 개정안)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가 열린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 앞에는 참석자들이 자신에게 혼인평등이란 무엇인지 적을 수 있도록 피켓이 마련됐다.  ©일다

 

민법에서 ‘부부’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을 전제하고 있는 거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상희 교수는 “이 또한 성(性)이 같은 사람들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부라는 용어의 본래적 의미가 지아비(夫)와 아내 혹은 며느리(婦)에 있다 하더라도,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사전적 의미와 달리 법문장 안에서의 위치와 맥락에 따른 별도의 의미가 부착되는 것이 통례이다. 이는 마치 국민(國民)이라고 했을 때, 민(民)의 의미가 ‘천한 백성, 눈 먼 포로나 노예, 무지한 사람’이라는 자전(字典)적 의미에서 ‘주권의 주체로서의 일반적 사람 혹은 그들의 통일체’ 등의 법률적 의미로 전이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한 “민법은 ‘부부’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그 자전적 의미에 부합하는 각각의 생물학적성에 상응하는 별도의 규정이나 규율을 두고 있지 않으며, 민법의 전체 구조는 성중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과저 의용민법에서처럼 ‘처’(妻)를 별도로 설정하고 이를 의사 무능력자로 규정하는 등 성역할을 배분하는 규정이 아예 없다”고 덧붙였다.

 

한상희 교수는 “민법에서 말하는 ‘부부’라는 법률용어는 그 자체 중립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배우자’라는 법률용어와 마찬가지로 굳이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이라는 한정된 의미만 부착할 이유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더불어 “혼인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는 역사적 상황을 살펴보고, 지금 현재 우리 법제에서 타당한 혼인의 개념은 무엇인지 먼저 천착해 보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법제가 여지껏 마치 성소수자가 존재하지 않는 양 무시하고 혼인과 가족의 문제를 처리해 왔다는 점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부, 남편‧아내’보다는 ‘혼인당사자, 배우자’ 용어로

 

프랑스, 독일, 대만의 혼인평등법 상황을 간단히 설명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송효진 연구위원은 “국가마다 사회적 맥락에 따라 양상은 다소 다르게 나타나지만, ‘법률혼을 통한 가족구성의 선택권’도 이성애 중심의 관계로 한정하지 않고 열어주고, ‘법률혼이 아닌 다른 방식의 가족구성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제도화하여 열어주는 입법적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여러 나라들이 혼인평등법 그리고 생활동반자법을 제도화하면서 시민들의 가족 형태의 변화에 발맞추고 있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민법의 용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효진 연구위원은 “민법의 정비에 있어 부부, 부·처, 남편·아내라는 표현보다는 이미 여러 법령 및 일상생활에서 사용 중인 용어인 ‘혼인당사자’, ‘배우자’라는 성평등한 용어로 정비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조아라 변호사 또한 “민법은 기본법이라는 점에서, 용어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말했다. “혼인(婚姻)이라는 용어 자체의 사용은 물론 부부(夫婦), 부(夫), 처(妻), 부(父), 모(母)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동일하게 사용할 경우 그 의미 역시 동일할 것인지, 만약 용어의 변경이 필요하다면 어떠한 단어를 선택해야 하는지, 연관된 조항이 민법 및 다른 모든 법률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등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혼인평등법이 발의되고, 관련 논의가 본격화된 만큼 국회는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해야 할 몫이 있다.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대만에서 동성혼이 법제화되기 1년 전인 2018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만 시민의 37.4%만이 동성 커플의 결혼할 권리를 지지했었지만, 동성혼이 법제화됐다. 지난 5월 25일 발표된 갤럽코리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한국 시민의 40%가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런 찬성 여론은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다. 이미 한국 사회는 혼인평등의 티핑 포인트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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