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에 의한 성폭력이 사회에 울린 경고음

원전 소송, 미투 사건 담당…지위와 신뢰가 권력이 됐다

이와사키 마미코 | 기사입력 2023/06/25 [09:46]

‘인권변호사’에 의한 성폭력이 사회에 울린 경고음

원전 소송, 미투 사건 담당…지위와 신뢰가 권력이 됐다

이와사키 마미코 | 입력 : 2023/06/25 [09:46]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피해 관련 재판과 연극계 미투(#Metoo) 사건 등에서 피해자 측 대리인을 맡아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마나기 이즈타로 씨가 의뢰인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 알려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는 3월 말, 마나기 변호사를 고소했다. 소위 ‘인권변호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피해자의 기자회견과 고소를 통해 밝혀진 사실과 문제점을 자유기고가인 이와사키 마미코(岩崎眞美子) 씨가 정리했다. [편집자 주]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를 이용한 성폭력

 

“생업을 되돌려 놔라, 지역을 되돌려 놔라!”

후쿠시마 원전 소송 등 원전 사고 피해와 관련한 재판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계와 연극계의 성폭력 문제에 관해 1인자로 활약하던 마나기 이즈타로(馬奈木厳太郎) 변호사. 그는 변호사와 의뢰인이라는 관계를 이용해 연극배우 치노(知乃) 씨에게 심각한 성폭력을 저질렀다. 지난 3월 3일, 치노 씨는 마나기 변호사를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 후쿠시마 원전 소송, 연극영화계 성폭력 대응 등 ‘인권변호사’로 활약하던 마나기 이즈타로(馬奈木厳太郎) 씨. 그가 미투 운동을 벌인 젊은 배우이자 자신의 의뢰인 치노 씨에게 성폭력 가해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2년 11월, 원전 사고 관련 집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와사키 마미코 제공 사진)


치노 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연극배우로 활동해왔고, 현재는 직접 극단을 꾸려 연극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등학생이던 2017년에 연출가 이치하라 미키야(市原幹也) 씨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는 사실을 SNS에서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폭로하였고, 이를 계기로 ‘연극·영화·연예계의 성폭력·위계폭력을 없애는 모임’을 만들었다. 마나기 이즈타로 씨는 바로 이 모임의 고문변호사이자, 연극계 미투 사건에서 치노 씨와 이치하라 씨 사이의 교섭을 맡았고, 또 치노 씨가 계류 중인 다른 소송 사건도 맡고 있었다.

 

고소장에는 마나기 씨가 치노 씨에게 저질러온 성폭력의 정황이 기록되어 있다. 발을 만지거나 손을 잡는 등의 동의 없는 신체접촉으로 시작해 ‘미팅’이라는 명목으로 두 사람만의 식사자리가 잦아졌다. 치노 씨가 에둘러 거부해도, 마나기 변호사는 그만두기는커녕 “60만 엔 정도 주겠다”는 둥 이른바 ‘계약연애’를 원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이에 치노 씨가 거리를 두려고 하자, 마나기 변호사는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표시했다. 의뢰인의 위치에 있었던 치노 씨는 “같이 일하고 싶다, (내가) 잘 할 테니 화 내지 말라”며 달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마나기 변호사는 대리인을 사퇴할 것이라는 의중을 넌지시 비추며 위압적으로 답장을 보내왔다. 치노 씨는 당시 일기 대신 쓰던 비공개 트위터에 “억울하고 무서워서 계속 울고 있다”, “도와줘” 등의 글을 남겼다.

 

한밤중에 길에서 강제로 키스를 당한 후에는, 메신저 내용도 성관계를 강요하는 노골적인 것으로 바뀌었고, 2022년 1월에는 호텔에 동행하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결국 원치 않는 성관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치노 씨는 그 후의 요구를 거절, 마나기 변호사로부터 분노에 찬 메시지가 오자, 마침내 마음을 먹고 2월에 마나기 씨를 대리인에서 해임했다.

 

치노 씨는 이후 주변의 지지를 받으며 대응할 준비를 진행해, 11월에는 마나기 변호사가 속한 변호사모임에 마나기 씨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다. 그리고 이번 고소로 한 발 더 내딛었다.

 

전형적인 ‘함정’형 성폭력에 해당

 

일상생활에서 상하 관계가 구축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빠져나갈 구멍을 막은 채, 서서히 성적인 화제를 내비치다가 최종적으로 성적 행위에 이르는 것. 마나기 씨의 행위는 “원치 않는 성관계 발생의 가장 전형적인 프로세스라고 하는 함정(entrapment)형 폭력”이라고, 치노 씨의 대리인 사토 미치코(佐藤倫子) 변호사는 지적한다.

 

▲ 치노 씨의 대리인 사토 미치코(佐藤倫子) 변호사. 사토 변호사는 마나기 이즈타로 씨의 행위가 “원치 않는 성관계 발생의 가장 전형적인 프로세스라고 하는 함정(entrapment)형 폭력”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와사키 마미코 제공 사진)


피해 사실이 세세하게 기재된 소장을 읽으며 느껴진 것은 가해자의 강렬한 ‘지배욕’이다. 스무 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저명한 변호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의뢰인인 젊은 여성을 서서히 정신적으로 막다른 곳으로 몰아가고,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그녀가 마치 ‘자신의 의지’로 그것을 선택한 것처럼 연출한다. 마나기 씨는 피해자의 대리인이었을 뿐 아니라 연극계에서 발이 넓은 변호사로, 최근에는 기획이나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극인인 피해자는 어디를 가든, 그 영향과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치노 씨 사건을 계기로, 마나기 변호사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주간 분슌(文春)」을 통해 보도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수법’은 인권판 내 인물이나 조직 안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되어왔다. 몇 년 전 밝혀진 저널리스트 히로카와 류이치(広河隆一) 씨의 성폭력 사건은 그 전형적인 예 중 하나일 것이다. 진보적 성향의 포토저널리즘 잡지(월간) ⌜데이즈 재팬」 전 편집장이자 대표이사였던 히로가와 류이치 씨의 성폭력은 2018년 말, 주간지에 의해 처음 폭로되었고 이후 월간지 내부에서 자체 조사에 의해 총 17명의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 가해가 밝혀진 바 있다.

 

필자는 ⌜데이즈 재팬」 마지막 호 편집에 참여한 바 있는데, 그 직전에 “데이즈 재팬의 대리인”으로 마나기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마나기 씨는 “#미투 문제의 피해자 대리인으로서 노력해왔다”는 이유 등으로, 히로카와 씨 사건이 폭로된 후 그 회사의 대리인으로 취임했다고 한다. 그때는 이미 ‘대리인’으로서 히로카와 씨로부터 성폭력을 겪은 피해자들과 인터뷰 조사를 시작한 상황이었다.(이후 해임되었음)

 

누구보다도 성폭력 문제를 잘 알고 있는 1인자를 향한 ‘신뢰’를 그대로 ‘권력’으로 전환하는 수법. 인권운동계 내에서 그러한 교묘한 위장술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소송 등 원전 사고 피해와 관련한 재판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계와 연극계의 성폭력 문제에 관해 1인자로 활약하던 마나기 이즈타로(馬奈木厳太郎) 변호사. 그는 변호사와 의뢰인이라는 관계를 이용해 연극배우 치노(知乃) 씨에게 심각한 성폭력을 저질렀다. 지난 3월 3일, 치노 씨는 마나기 변호사를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 지난 3월 3일, 피해자 치노 씨가 마나기 이즈타로 씨를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치노 씨는 ‘연극·영화·연예계의 성폭력·위계폭력을 없애는 모임’ 등에서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활동왔지만,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얼굴만 세상에 공개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 기자회견에선 사진 등 신원을 비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와사키 마미코 제공 사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얼굴 드러내라

 

이번 치노 씨의 고발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지금까지 치노 씨는 미투 고발이나 ‘연극·영화·연예계의 성폭력·위계폭력을 없애는 모임’ 대표로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드러내고 언론 등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얼굴을 드러내기 않겠다”고 결심했다. 기자회견에서 치노 씨는 “세상에 알려져야 하는 것은 가해자의 얼굴이다”라고 발언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만 보도되는 점에 의문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또 기자회견에서 “고통스러운 경험을 당하셨다고 생각하지만~”이라고 말하며 질문을 시작한 남성 기자에게 큰 목소리로 똑똑히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저는 분노하고 있습니다!”라고 그 자리에서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인권판 사람이 어떻게?’라고 반응할 것이 아니라, ‘인권판 사람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지배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이번에야말로 진지하게, 정면에서 그 구조와 마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제공 기사입니다. 고주영 씨가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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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3/07/09 [20:40] 수정 | 삭제
  • 이런 거... 우리 사회도 논의해야 하는 거 같은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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