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드러낸 ‘약자 소외’ 사회 직시해야장애인 가족의 경험을 드러내는 일본케어러연맹 대표 고다마 마미중증장애인의 부모 관점에서, 장애인 가족들의 경험과 ‘존엄사’ 문제 등에 대해 집필하고 있는 고다마 마미(児玉真美) 씨. 일본케어러연맹 대표이기도 한 고다마 씨의 글은 일상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설득력 있는 날카로운 문제 제기로 항상 마음을 뒤흔든다.
최근 고다마 씨의 편저인 『코로나 시대에 장애가 있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겪고 있는 일』(세이카츠쇼인) 발간을 계기로, 취재가 실현되었다.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사는 것 같아요.”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의 장애인과 그 부모가 처한 상황을 고다마 씨는 이렇게 표현한다.
“‘이런 상황이니 노인이나 장애인을 뒷전으로 미루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고, 언론에서도 장애인과 관련한 이슈를 다뤄주지 않게 되었어요. 중증 장애가 있는 아이가 열이 나서 어머니가 병원에 전화했더니 ‘바빠 죽을 지경이라 장애인 볼 여유가 없다’며 의료인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재택요양이나 돌봄 관련 사업소의 휴관 등이 잇따르면서, 장애인 자녀가 있는 가족들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고다마 씨는 그 상황을 전하기 위해 동료 여성들과 책 『코로나 시대에 장애가 있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겪고 있는 일』을 2022년 7월에 펴냈다. 그리고 올해 6월에는,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아버지와 장애인 당사자의 경험, 일본 아이치현의 실태조사 보고 등을 덧붙인 증보판도 발간했다.
책에는 중증 지적장애가 있어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문제가 일어나거나, PCR 검사를 받지 못하거나,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없거나, 입원 시 교대 불가능한 24시간 보호자를 요구받는 일 등 가족들이 겪는 가혹한 상황이 기록되어 있다.
“크게 세 가지를 호소하고 싶습니다.”라며 고다마 마미 씨가 꼽은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보장의 가족 의존, 둘째 의료현장에서의 장애인 차별, 셋째 시설에서의 외출 금지와 면회 제한의 인권침해.
”영국에서 이루어진 조사는 지적장애인의 개별적 수요에 대응하는 합리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지만,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의식조차 없습니다. 아무리 ‘지역이행’이나 ‘공생사회’를 부르짖어봤자, 코로나 전부터 특히 지방에서는 장애인을 받아줄 곳이 없고, 항상 사람 손이 부족하고, 가족이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평상시에 있던 문제가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셈이죠”.
딸과의 이별을 고민하다
고다마 씨의 딸 우미 씨는 중증의 ‘가사 상태’(맥박과 호흡이 거의 멎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 등의 조치를 통해 살 수도 있는 상태. 뇌, 척추 등의 산소결핍으로 실제 사망에 이르기도 함)로 태어났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으로, 35세인 현재 중증장애인시설에서 산다.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고다마 씨는 딸이 두 살일 때 직장을 그만뒀다.
“우미가 병치레가 잦았는데, 저는 병원과 세상으로부터 ‘엄마는 이래야 해!’를 강요당할 뿐이었습니다. 숨이 막혀 내 삶에 영향을 줬던 페미니즘에 기대려고 관련 책을 읽으면 ‘자녀에게 장애가 있다면 다른 얘기지만…’이라는 조건이 붙어있고, 어머니의 취업을 논하는 대목을 읽고 마음이 닫혔습니다. 페미니스트는 (모성을 이야기할 때) 애초에 장애가 없는 아이들의 어머니만 대상으로 하나 싶어서, 당시엔 미워했어요.(웃음)”
“‘부모 사후’를 이야기할 생각으로 ‘(중증장애를 가진 자녀를) 남겨두고 떠날 수 없다’라고 말하려고 하면, ‘자녀를 분리시키지 못했다’거나 ‘지금은 중증장애인도 (가족의 돌봄 없이) 지역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다’며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요. 돌보는 사람이 돌봄을 받는 사람과의 관계성 안에서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지원이 꼭 필요한데, 그 자원이 부족한 현재로서는 아이도, 부모도 안심하고 살 수 없다는 점이 과제입니다.”
고다마 씨와 우마 씨가 코로나 시기에 겪은 일을 잠깐 들어보아도, ‘사후’를 고민하는 가족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앞날을 생각해 딸이 다니는 시설과 가까운 곳에 집을 짓자마자, 코로나로 외박도 외출도 금지가 됐어요. 얼마 전에야 겨우 집에 와서 지냈죠. 밤에 거의 울다시피 하는 표정으로 무슨 말인가 전하려고 하는 거예요. 언어를 갖지 못한 딸의 마음을 ‘3년간 힘들었지~’ 하면서 두 시간 반 동안 계속 받아줄 수밖에 없었어요.”
‘존엄사’ 논의, 찬성-반대 이항대립의 틀을 넘어서
고다마 마미 씨는 올해 11월에는 ‘존엄사’를 다룬 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있었던, 중증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자궁적출 등의 의료개입 사건에 관한 논쟁을 쫓아 과학과 기술로 신체와 생명을 조작하는 일에 우려를 제기한 책 『애슐리 사건-메디컬 컨트롤과 신 우생사상의 시대』가 2011년에 발간되었는데, 그걸 읽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고다마 씨는 존엄사나 장기이식 등 생명윤리의 문제를 깊게 파 들어가고 있다.
“존엄사는 찬성-반대로 논의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그 이항대립의 틀을 넘어서기 위해서 저는 ‘큰 그림’과 ‘작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그림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안에 이 문제가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일이죠.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장기이식과 존엄사가 한 세트로 다뤄지거나, 존엄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인지증 환자, 정신장애인, 지적장애인, 발달장애인, 노인 일반으로 확대되는 ‘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삶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당사자의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무엇으로 그 어려움이 해소될지를 생각하는 현실적인 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돌봄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도 가슴 아프다.
“장애인을 자원이 부족한 지역과 가족 속으로 밀어넣는 기민(棄民) 사회, 그로 인해 가족이 ‘(장애인을) 죽이도록 만드는’ 사회는 이미 와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것은 약자의 ‘시설화’와 의료와 복지에서의 소외입니다. 우리는 이것들과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까요.”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 기사입니다. 번역: 고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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