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는 ‘절멸수용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 연구자, 오카 마리 강연

시미즈 사츠키 | 기사입력 2023/12/12 [15:44]

가자는 ‘절멸수용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문제 연구자, 오카 마리 강연

시미즈 사츠키 | 입력 : 2023/12/12 [15:44]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Gaza Strip)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지상 침공으로도 이어지며 희생자-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이 연일 늘고 있다. 이번 분쟁은 쌍방에 큰 피해를 입혔으며,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나라들이 무기를 제공하며 전화를 확산시켰다.

 

한편, 전쟁을 멈추고자 전 세계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자에 대해 일단 아는 것이다. 반복되는 가자 공격의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가. 가자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팔레스타인 문제 연구자인 오카 마리(岡真理) 씨의 강연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 팔레스타인 문제 연구자인 오카 마리(岡真理) 씨의 강연 모습. 교토대 교수로 재직하며 현대아랍문학과 제3세계 페미니즘 사상에 관해 집필했다. 『기억·서사』(소명출판, 2004), 『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현암사, 2016) 등이 국내 번역됐다. 출처: 오카 마리 강연 영상 https://youtube.com/watch?v=8TtXbIi446I

 

가자에 대한 공격-정전-망각의 반복

 

팔레스타인 주민이 ‘민족 정화’(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전후로 학살과 강간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추방됨)를 당해 난민이 된 지 75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가 이스라엘에게 군사점령된 지 반세기 이상 흘렀고, 가자가 완전봉쇄된 지 올해로 17년째가 됩니다.

 

▲ 팔레스타인 영토의 변천. 주황색이 팔레스타인, 베이지색이 이스라엘. (페민 제공)


지금 가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이스라엘에 의한 ‘제노사이드’(genocide; 인종, 민족, 종족, 이념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의 구성원을 살해하거나 박해하는 행위)의 일환입니다. 완전봉쇄되어 도망칠 곳이 없는 가자에 밤낮으로 포탄이 쏟아지고 ‘백린탄’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백린탄은 공기와 닿으면 진화 불가능하고, 피부에 닿으면 뼈까지 태워버리며, 들이마시면 폐부터 모든 내장을 태웁니다. 2008년 첫 공격 때에도 백린탄에 의해 숯덩어리가 된 아기의 모습이 큰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2000년에 시작된 제2차 ‘인티파다’(Intifada,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봉기)에 따른 팔레스타인의 사망자는 2천 명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12월에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가자 공격에서는 22일간 1,4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2014년 7월 공격에서는 51일간 2,2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 중 500명이 어린이들입니다. 가자 주민의 평균연령은 18세밖에 되지 않습니다. 무차별 공격을 받을 때마다 많은 어린이들이 희생됩니다.

 

▲ 팔레스타인 관련 연표 (페민 제공)


‘나크바’(Nakba, ’대재앙‘이라는 의미, 1948년)부터 70년이 되는 2018년에 가자에서 비폭력 ‘귀환 대행진’이 진행되었습니다. 점령된 고향으로의 ‘귀환권’ 이행과 가자의 봉쇄 해제를 요구하고,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였습니다. 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특히 젊은이들의 무릎 아래를 노려 저격했습니다. 전쟁에서 사용이 국제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확장 탄환이 사용되어, 많은 젊은이들이 다리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 가자는 다시 격렬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가자 사람들이 비폭력 시위를 통해 점령으로부터의 해방을 호소해도, 세계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켜야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폭력은 10월 7일에 하마스 주도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오랜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한 인종 집단이 다른 인종을 구조적으로 지배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반인도적 범죄. ‘UN 아파르트헤이트 국제협약’ 1973)가 배경에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이 위법적 배경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고, 하마스에 의한 민간인 공격만이 강조되며, 하마스가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사실은 삭제됨으로써 근원에 있는 ‘이스라엘의 점령’이라는 문제를 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2008년 12월에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은 22일간 지속되었고, 가자 주민들 1,400명 이상 사망했다. 출처: 일본국제볼런티어센터(JVC)

 

봉쇄에 의해 가자의 경제기반이 무너지고, 50% 이상이 빈곤 라인 이하의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자살을 최대 금기로 삼는 이슬람 사회인 가자에서, 지금 특히 젊은이들의 자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세계에 아이가 태어나도록 하고 싶지 않다며 목숨을 끊는 임신 중인 여성도 있습니다. 하수처리시설이 가동되지 않아, 헤엄을 쳤다가는 생명에 위험이 있을 정도로 바다도 오염되어 버렸습니다.

 

100만 명 이상이나 되는 사람을 좁은 가자에 가둔 채, 살아남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으로 만들고 대규모 살육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이스라엘을 제지하지 않으며, 정전을 하면 금방 잊어버립니다. 가자에 대한 공격-정전-망각의 반복이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대학살로 가는 길을 정비해온 셈입니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봤을 때, 지금 팔레스타인 가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하마스-이스라엘 간 ‘폭력의 연쇄’가 아닙니다. 국제법도 점령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점령군에게 무력을 이용해 저항하는 저항권 행사를 인정합니다. 점령이 없었다면, 하마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질문해야 할 것은 ‘하마스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이며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라는 이유로, 자신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행사하는 폭력을 정당화해 왔습니다. 유럽에서 일어난 홀로코스트와 유대인 박해의 보상을, 유럽의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유대인 국가를 만들어 해결하려 했습니다. 이것은 분명하게 정치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완전봉쇄된 가운데 공격을 받고 있는 가자는 더이상 ’천장 없는 감옥‘이 아니라 ’절멸수용소‘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즉각 정전,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키고,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을 실현하는 정치적 해결입니다. 이스라엘대사관과 이스라엘에게 무기를 건네는 미국대사관을 향해서도 항의해야 합니다. 한 명이라도 많은 세계 시민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미국의 유대계 시민들도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육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지 말라. 그것은 홀로코스트로 죽은 자들에 대한 모독이다”라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 11월 17일 서울 보신각 앞 광장에서 열린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 모습.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주최한 추모 행사에 전국에서 약 3천 켤레의 신발이 모였다. (출처: 사단법인 아디)

 

학살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치적 중립’이라며 침묵하는 것은 그에 동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올바른 정보를 얻는 것, 주변에 알리는 일도 중요합니다. 유효한 저항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투자 철회, 경제 제재’(BDS)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反)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이 그 모델입니다. 이스라엘은 병원마저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 제노사이드가 한시라도 빨리 끝나길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한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제공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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