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왔을 때, 국가가 생활을 보장해줄까요?

송파 세 모녀 10주기 좌담회, ‘송파 세모녀법’ 문제점과 과제 제시

박주연 | 기사입력 2024/02/28 [13:48]

위기가 왔을 때, 국가가 생활을 보장해줄까요?

송파 세 모녀 10주기 좌담회, ‘송파 세모녀법’ 문제점과 과제 제시

박주연 | 입력 : 2024/02/28 [13:48]

2014년 2월 26일은 서울 송파구에서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원, 주인집에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긴 세 모녀의 죽음이 알려진 날이다. 이 안타까운 사건이 알려진 후 ‘왜 이런 일이 생겼나’, ‘현 복지 제도에 무슨 문제가 있는건지’ 논쟁이 뜨거웠다. 그 결과 “송파 세 모녀 법”이라는 이름으로 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이 개정되고, 사회보장급여법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가난한 이들이 제도 밖에서 고통 받고 절망하는 일은 줄어들었을까? 이를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2024년 2월 26일 오전, 서울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송파 세 모녀 1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가난이 두려워 죽음으로 쫓겨나지 않는 사회, 가난하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사회, 가난을 만들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빈곤사회연대


2월 26일, ‘송파 세 모녀’ 10주기를 맞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랫마을에서 〈송파 세 모녀 법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좌담회가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3대적폐 폐지 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좌담회에선 달라진 복지 정책과 제도가 여전히 가난한 이들의 안전망이 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생계급여를 역대 최대폭으로 인상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에 반해, 가난한 사람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생계급여 비현실적…우리가 무엇을 포기하고 살아가는지 알아달라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송파 세 모녀 법’ 중 “가장 큰 변화는 이전 최저생계비 단일기준의 통합급여 방식에서 현재의 기준중위소득을 활용한 맞춤형 개별급여 방식으로 개편된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맞춤형 개별급여는 상대적 빈곤선인 기준중위소득을 선정 기준에 도입하였지만, 실제 급여별 선정 기준이 이전 최저생계비와 별반 다르지 않게 책정되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상대적 빈곤선(기준중위소득의 50%)에 맞춘 급여는 교육급여뿐이었고, 생계급여 선정 기준은 이전 최저생계비보다 더 낮게 정해졌다”는 것.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맞춤형 개별급여 1년 평가 자료에 따르면, 수급신청자 중 신규 수급자는 35만명, 탈락자는 58만명으로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확인됐다”. 정성철 사무국장은 “이마저도 교육급여나 주거급여와 같이 한가지 급여만 받게 된 수급자를 합친 수치로, 생계급여 신규 수급자는 9.8만명에 불과”했다며, “맞춤형 개별급여가 ‘빈 수레’였음이 확인된 것”이라 평가했다.

 

맞춤형 개별급여 개편 이후 실질적으로 수급자가 늘어난 것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주거급여와 교육급여에서 폐지되고, 생계급여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 “특히 근로능력에 따른 조건부과가 없는 주거급여에서 2018년 10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고,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2018년까지 150만명 남짓하던 수급자 숫자는 2023년 12월 현재 237만명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 2024년 2월 26일 아랫마을에서 진행된 〈송파 세 모녀 법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 송파 세 모녀 10주기 좌담회〉에 참석자들이 나란히 앉아있고,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일다


정 사무국장은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35%까지 상향하는 계획을 발표, 올해 32%까지 인상된 점에 대해서도 자화자찬을 할 일이 아니”라 꼬집었다. “인상되었지만, 그 수준은 1인가구 기준 71만원에 불과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1인가구의 평균 소비지출 155만원에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

 

홈리스야학 학생인 요지 씨는 “올해 생계급여가 역대 최대폭으로 인상되었다고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모든 물가가 올라서 생활비가 마이너스인 상태”라고 말했다. 과일이 먹고 싶어 마트에 가도,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요지 씨는 “낮은 생계급여 때문에 잘 먹는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을”뿐만 아니라 “건강도 포기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물가가 계속 오르는 이 시점에 생계급여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그로 인해 우리가 무엇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가 왔을 때 약탈적 금융, 사적 자원에 기대지 않도록

 

정성철 사무국장은 신설된 사회보장급여법의 문제도 짚었다. “사회보장급여법은 빈곤층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알려졌을 때 정부에서 강조하는 ‘발굴 중심 복지제도’의 근거가 되는 법”이지만, “사실 발굴 중심의 대책은 그 이전부터 계속 있었다”고 얘기했다. 오히려 법이 만들어지면서 “각종 체납 기록과 부채 등 빈곤층의 민감정보를 불분명한 목표와 활용계획 아래 무분별하게 수집”하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보장급여법을 통해 사회복지통합전산망에 통합하는 빈곤층의 민감정보는 현재 44종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발굴이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52만여 명이 위기가구로 발굴되었지만, 기초보장으로 연결된 비율은 2.4%, 긴급복지로 연결된 비율은 1.3%에 불과”하다는 것. “일시적인 민간서비스로 연결된 비율이 가장 높은 29%이며, 절반이 넘는 57.9%는 어떤 서비스도 지원받지 못했다.”

 

정성철 사무국장은 “발굴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 사적 자원이나 약탈적 금융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공적인 권리로서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왜 밀실행정으로 정해지는가?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기준 중위소득이 결정되는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일단 기준 중위소득 산정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준중위소득 산출의 기반이 되는 통계자료로 가계동향조사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2015년부터 소득분배지표 공식통계는 고소득층 표본 대표성이 더 높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로 작성됐고,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중위소득 간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2018년엔 12%의 차이가 있었다.”

 

이에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020년, 기준 중위소득의 바탕이 되는 통계자료를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하는 것을 의결했다.” 문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거다. 심지어 “이 원칙을 정한 2020년조차 그것을 지키지 않았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산정원칙이 그대로 준수된 해는 2022년 한 해 뿐”이라는 지적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운영은 더 문제적이다. 박영아 변호사는 “위원회의 운영은 민주적 참여와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나 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안건에 대한 회의자료, 속기록, 회의록 모두 최종 의결까지 비공개로 부처진다. 속기록은 최종의결 완료 후에도 공개되지 않고, 회의 일시와 장소마저 회의 직전까지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 “기준중위소득을 발표하는 정부의 보도자료에 인상률만 제시되어 있을 뿐, 통계자료와 차이 등에 설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얼마나 폐쇄적으로 운영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짚으며, “왜 회의 관련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근로능력’ 있으면 조건부수급, 일자리 보장된 것도 아닌데

 

송파 세 모녀 사건의 경우, 이들이 ‘근로 능력이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수급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었다. 여전히 이 ‘근로 능력’ 평가와 일할 기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다.

 

2018년부터 차상위(근로능력이 있고,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50%이하인 사람 중 비수급권자) 자활사업에 참여해 5년간 일한 홈리스야학 학생 림보 씨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일상이 좋았다. 일 잘한다고 인정받았던 기억이 좋게 남아있다. 뿌듯하고 보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나고 자활 참여 기간이 끝나자 일자리가 사라졌다. “계속 일하고 싶어서 담당자에게 물었지만, 차상위 계층은 4년 뒤에 다시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력서를 여러 군데 제출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응답이 없었다. 3개월이 지나는 동안 전기세, 수도세, 월세가 연체됐다.”

 

다행히 림보 씨는 수급 신청을 통해 수급자가 되어 ‘조건부 수급자’(근로 능력이 있는 수급자는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수급을 받는다)로 다시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락이 오는 곳은 없는 상황”이다. 림보 씨는 “자활사업 참여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자리 수와 직종이 적다고 하는데, 좋아하는 청소 일을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라며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 2024녕 2월 26일 오전, 서울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송파 세 모녀 1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이 공동 주최했다. ©홈리스행동


플로우에서 발언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전 국민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하겠다’는 선언과 달리,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수급을 지급하고 있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자활사업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고,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5년이라는 한정된 기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제도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 때 탈빈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자활사업 급여는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윤영 활동가는 “생계비를 일단 다 지급하고, 자활사업에 참여하길 원하는 사람에게 폭넓은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곤층의 일부만 의료급여 받아…‘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해야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송파 세 모녀와 같이 생활고를 겪다가 세상을 떠난 많은 분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은 건강보험료가 장기 체납되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보험료가 체납돼 건강보험 급여가 중지되면, 건강 문제가 발생해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선뜻 의료 이용을 하기 어려워진다”.

 

정 연구원은 “의료급여 수급자는 2022년 기준으로 약 152만명, 전체 인구 중 2.9%, 약 3%로, 빈곤층의 1/5에 해당하는 사람들만이 의료급여 혜택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그 이유는 “시대착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이 커다란 진입 장벽으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식 연구원은 최근 “주거급여, 교육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고, 생계급여도 그 기준이 대폭 완화되었지만, 의료급여만큼은 정부의 ‘재정부담이 크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등을 이유로 폐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담회를 진행한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부가 작년 의료급여 예산을 집행하지 않은, 불용예산이 7천억원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언론 보도가 나왔다(관련 기사: 정부, 작년 취약계층 지원 예산 1조원 넘게 못썼다, 경향신문, 2024년 2월 25일자)”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신들이 짜놓은 예산도 충분히 다 쓰지 않고 있다는 건 굉장히 충격적이고 기만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무언가 하는 것처럼 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충실했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찾아내기만 하고 그들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본인들의 역할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벌써 10년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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