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투쟁으로 “사랑을 잃어버린 한국 교회에 전하는 메시지”긴급 좌담회 〈법정에 간 성소수자 환대 목회, 어떻게 볼 것인가?〉작년 12월, 교황청 신앙교리부가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신은 모든 이를 축복한다”고 밝혔다.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나아가는 가톨릭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에 반해 한국의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3월 4일, 2019년에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의 출교(신자의 자격을 박탈하여 교인을 교적에서 내쫓는 일)를 결정했다. 2020년부터 진행된 종교재판의 결과였다. 일반 직장인으로 따지자면, 해고된 것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내쫓겨난 거다.
한국 교회는 어째서 아직도 이렇게 심각한 성소수자 혐오를 끌어안고 있을까? 누군가를 축복하는 것이 왜 범죄가 될 수 있을까? 종교재판은 어떻게 진행되는 거길래 이런 결과로 이어졌나? 여러 질문이 들 수 밖에 없는 이 사태를 정리하고, 문제점을 짚는 자리가 마련됐다.
12일 저녁,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목사 공동대책위원회’와 크리스천 퀴어-엘라이 운동 단체 큐앤에이 주관으로 열린 긴급 좌담회 〈법정에 간 성소수자 환대 목회, 어떻게 볼 것인가?〉 이야기를 전한다.
절차상 하자, 부적절하고 부정의한 일 투성이였던 종교재판
이동환 목사는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꽃을 뿌려 주는 축복식을 진행하며 “이 땅의 모든 성소수자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에 반대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예문을 읽었다. 이후 감리회 소속의 보수적 목회자들이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동환 목사 재판을 담당한 변호인단 소속의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당시 고발장을 제출했던 이들에게 부적격 사유가 발견되어 (재판 회부 여부를 심사하는 시작 단계인)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에서 기각된 바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고발을 기각한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가 직접 이동환 목사를 고발한다. “이동환 목사가 진행한 축복식이 교리와 장정에서 금지하는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제7편 재판법 1403단 제3조 제8항)에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이후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1405단 제5조 1창에 따라 부과할 수 있는 최대의 정직 기간인 2년의 벌칙을 선고”했다. 이어 2심이 진행됐고, 총회 재판위원회(*일반 재판으로 따지면, 고등법원이자 대법원 역할을 함) 또한 2022년 10월, 2년 정직을 확정했다.
중징계 처벌도 문제지만, 재판 과정 또한 문제였다. 신하나 변호사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가지 절차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공개 재판을 거부했고, 2021년 2차 기일엔 재판위원장이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에 참여한 자임이 밝혀져 제척되는 일도 있었다. 또한 기소를 담당한 경기연회 심사위원장과 서기 모두 불출석하여 기일이 연기 되는 등 재판도 몇 번 미뤄졌다. 변호인단 중 변호사도 한 명만 재판에 참석하게 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또한 침해 당했다.”
결국 종교재판의 결과가 2년 정직으로 결정된 후, 이동환 목사와 변호인단은 2023년 2월, 사회재판(일반재판)에 ‘총회 재판위원회 판결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이 재판은 다가오는 4월 3일 변론이 종결될 예정이다.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이 사건은 교리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행동 규칙의 문제에 불과하다. 또한 종교 공동체의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직업의 양심이자 신앙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렇기에 기본권에 중대한 침해가 있으므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 더불어 종교재판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 2023년 6월,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다시 이동환 목사를 고발한다. 정직 2년 판결 선고 이후에도 반성이 없으며 교회를 모함하고 악선전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신하나 변호사는 “이에도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했다. “심사위원과 고발인이 같은 지방회에 속한 경우 심사위원은 제척되어야 하지만, 이를 간과하고 기소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공소 기각이 결정되었지만, 심사위원회는 동일한 사건으로 다시 기소했다. 이 또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종교재판도 형사소송법을 중용하고 있는데, 형사소송법에서 공소가 취소되면 중요한 증거가 추가로 발견되었을 때만 다시 기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엔 그런 절차 없이 그냥 동일한 사건을 다시 살렸다. 이에 변호인단은 새로운 증거는 둘째치고, 고소·고발장이라도 새로 제출하라고 했지만 그에 대한 반응 없이 그냥 그대로 기소가 됐다.”
이후 재판 과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절차 상의 하자가 여러 번 반복되었지만 재판은 그런 부분을 무시한 체 진행됐다. 이 고발에 대해서도 경기연회, 총회 모두 (고발이 타당하다며) 출교 판결을 내렸다.
“교회권력이 사유화 되고, 교단의 합리적 의사 결정체제가 붕괴된 점, 낡은 시스템을 재생산하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
세계적인 흐름과 달리, 유독 한국 개신교와 교회에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김혜령 이화여자대학교 호크마교양대학 교수는 먼저 혐오는 “지금까진 없었는데 갑자기 새로운 대상을 미워하자고 발생하는 감정이라기보다, 알게 모르게 한 사회에서 어느 집단에 대해 이미 작동하고 있는 미움과 증오의 감정”이라 설명했다. 이런 혐오는 “사회 문화 체계에서 어떤 특정 집단에 대한 미움을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 받은 것”이기도 하다.
혐오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떤 집단이 이미 사회에서 차별 받고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축소, 제한되고 있는데도, 그들을 미워하며 심지어 그렇게 미워하는 행위가 부당하다는 걸 견딜 수 없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혐오를 하는 이들은, 차별 받는 이들이 차별 받는 원인을 그들에게서 찾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혐오하는 이들의 도덕적인 문제, 결함 등을 혐오의 원인으로 삼는다.”
그런 혐오가 지금 한국 개신교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혜령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성소수자 존재 자체를 부정, 자신의 도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을 성소수자의 존재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소수자) 존재는 인정하지만 공적인 권리와 의무를 동일하게 부여할 수 없다는 마인드”, “사회나 교회의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성소수자 개인의 인권이 침해 받는 것 정도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 등이 어우러져 성소수자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런 성소수자 혐오가 교회 내에서 힘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선 “근대적 사고 체계에 갇혀, 동시대성을 상실한 개신교의 현실에 있다”고 짚었다. “지금 시대엔 현대의학, 동물행동학, 젠더학 심지어 현대 신학까지 굉장히 다양한 학문이 동시대성을 갖고 여러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이 부분에 무지하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 “정교분리원칙에 대한 몰이해”도 문제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교회권력이 사유화되고, 교단의 합리적 의사 결정체제가 붕괴된 점. 나아가 ‘선량한’ 그리스도인들이 싸우기를 싫어하고 투쟁하지 않는 점”도 큰 이유라 설명했다.
김혜령 교수는 “개신교는 저항성의 종교이고, 개혁교회는 개혁성이 중요한데 그것이 사라졌다. 낡은 시스템을 재생산하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 목회자의 출교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힘 모아달라”
한국 개신교 내 소수자 혐오가 미치는 영향은 비단 이동환 목사를 내쫓는 것만이 아니다. 한국 개신교는 오랫동안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 및 폐지 운동을 해 왔으며, 최근엔 ‘성평등 도서, 포괄적 성교육’ 반대까지 나서고 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들이 사회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이는 결코 우스운 수준이 아니”라 설명했다. “이들은 그 어떤 세력들보다 똘똘 뭉쳐있고 전지역에 퍼져있으며, 신념이라는 이름 아래 활동하고 있다.”
성교육 강사로 일하고 있다고 밝힌 심에스더 씨는 현재 상황에서 성교육을 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특히 이러한 ‘신념 있는 이들’의 말과 행동이 미치는 여파에 우려를 표했다. “예를 들어 학부모 30명이 모여 있다고 하면, 29명은 사실 특별한 생각이 없거나 오히려 성교육이 변해야 한다,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신념’이 강한 한두 명이 자신의 의견과 에너지를 피력했을 때 다른 이들이 나서지 못하는 모습을 본다. 또한 성교육 강의가 취소되는 일도 사실 다수가 아니라 몇 명이 제기한 민원으로 인한 경우가 다수”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동환 목사가 겪고 있는 일에 함께 맞서며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그 하나가 될 것이다. 심기용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운영위원은 “‘동성애는 문제야’ 같은 말이 사회적 암시가 되지 않도록, 혹은 그런 암시에 걸린 이들의 어깨를 흔들며 그거 아니야, 정신 차리라고 말해 주는 것이 연대의 시작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좌담회 마지막에 단상에 오른 이동환 목사는 “교회 내에서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적어질수록 사회적인 반인권 행태는 점점 더 거세질 것”이라며 “교회를 바꾸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 “복직 투쟁을 통해, 사랑을 잃어버린 한국 교회에 분명한 메시지가 전해졌으면 좋겠다. 이제 한국 사회 내 인권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는 개신교를 이 사회가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란다”며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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