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포용성 담은 투어…어느 밴드의 도전

콜드플레이, 지속가능성과 포용성 선례를 만들다

블럭 | 기사입력 2024/05/05 [15:36]

지속가능성, 포용성 담은 투어…어느 밴드의 도전

콜드플레이, 지속가능성과 포용성 선례를 만들다

블럭 | 입력 : 2024/05/05 [15:36]

콜드플레이(Coldplay)는 2000년에 첫 정규 앨범 [Parachutes]를 발매하고, 지금까지 활동 중인 4인조 밴드다.

 

1996년에 결성된 밴드는 1998년에 첫 앨범을 내고 이어 대형 기획사와 계약한 뒤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밴드라는 지금의 입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콜드플레이는 영국 밴드인 만큼 영국 음악의 정체성을 가져가고자 했는데, 브릿팝이라 불리는 영국의 록 음악을 기반으로 했으나 점차 다양한 스타일을 흡수하며 변화해갔다. 2008년 네 번째 정규 앨범인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를 지나서부터는 여러 실험을 담아내면서, 록보다는 팝에 가까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 1996년 결성된 영국 4인조 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 왼쪽부터 윌 챔피언, 조니 버클랜드, 가이 베리먼. (포토그래퍼 James Marcus Haney, 사진 제공 워너뮤직코리아)

 

탄소중립 콘서트를 향한 노력

 

사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콜드플레이의 음악에 관한 건 아니다. 밴드가 2022년부터 선보여 온, 정확히는 [Music of the Spheres] 월드 투어를 시작하면서 지켜온 ‘가치’와 이를 훌륭하게 구현해 온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Music of the Spheres 2023 투어 트레일러 영상 https://youtube.com/watch?v=hZDJjSHHGok

 

콜드플레이는 월드 투어를 준비하면서 두 가지를 구현하고자 했다. 하나는 ‘지속 가능성’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공연장에서 쓰는 LED 팔찌도 식물성 재료로 제작하여 꾸준히 재사용하는가 하면(공연 당 평균 반납율은 86%라고 한다), 태양광 사용, 쓰레기 최소화, 페트병에 든 생수를 사지 않고 무료로 물을 마실 수 있는 스테이션 제공, 환경단체 재정 지원과 같은 활동으로 지속 가능성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긴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항공편 이용도 최소화하려고 고심했으며, 객석 하나당 나무 한 그루 심기 프로젝트를 하여 5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도 했다.

 

그린 투어를 표방한 공연장에 ‘키네틱(kinetic) 플로어’(움직이는 바닥)를 만들어 관객이 그 위에서 발을 굴러 전기를 생산하는가 하면, ‘파워 바이크’(power bike)를 설치해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며 자전거를 타서 공연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도 고안했다. 공연 당 평균 전력은 15kWh로, 극히 적은 전력만 사용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 콜드플레이(Coldplay) [Music of the Spheres] 월드 투어 2023년에는 전체 공연을 전기 배터리 시스템에서 실행하였고,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전기차량 및 대체연료를 사용하고, 공연장에서 폐기물과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관객들이 파워 바이크를 타고 키네틱 댄스 바닥에서 뛰며 전력을 생산하고, 도보나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차량을 공유해 행사장에 오는 등 '지속가능성’을 위한 행동에 참여하였다. [출처] https://coldplay.com/emissions-update

 

그런가 하면 태양광 동력으로 작동하는 ‘리버 인터셉터’(interceptor, 강에 설치해 쓰레기를 모으는 대형 기기)를 사용해 강과 바다에 버려지는 폐기물 및 해양 플라스틱도 제거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밴드의 ‘지속가능성’ 공식 홈페이지(sustainability.coldplay.com)에 리포트 형태로 공개하고 있는데, ①감소(에너지와 자원 절약, 재활용,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②재발명(초저탄소 투어 방법 개발, 친환경 기술 활용), ③복원(환경에 기여하는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 세 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은 각종 문화 관련 미디어뿐 아니라, ‘그린 네트워크 아시아’ 등 환경 관련 매체를 통해서도 자세히 소개되었다. 의미와 재미를 함께 챙기며, 꾸준한 매진으로 흥행에도 성공한 콜드플레이는 음악 산업에서 좋은 선례를 보여줬다. 여기에 라이브의 완성도나 음악적 면모까지 훌륭하니, 남은 건 더 많은 뮤지션들과 아티스트들이 월드 투어를 할 때 이와 같은 선례를 공유하고 참여하는 일이다.

 

▲ 콜드플레이(Coldplay)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리버 인터셉터(interceptor)’ 소개 영상 이미지. 태양광 동력으로 작동하는 오션 클린업 장치로, 2040년까지 태평양에서 떠다니는 플라스틱의 90%를 청소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https://youtube.com/watch?v=bm1rH70wfJo&feature=youtu.be


서브팩, 수어 통역, 터치 투어…‘포용성’ 있는 콘서트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지만,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이 또 있다. 바로 ‘포용성’이라는 가치를 위해 콜드플레이가 준비한 것들이다.

 

우선 하나는 서브팩(SUBPAC)이라 불리는, 등에 메는 형태로 부착하는 진동 시스템이다. 낮은 베이스 음이나 큰 음악 소리를 듣다 보면 진동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서브팩은 음악에 담긴 리듬과 구성을 진동으로 전달하는 착용기기다. 흔히들 보는 ‘골전도’ 이어폰과 비슷한 원리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서브팩은 처음에는 비장애인을 위해 제작했다. 좀 더 음악을 극적으로 즐기거나, 혹은 큰 소리로 음악을 즐기기 힘든 공간 안에서 좀 더 즐길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었지만 이를 잘 활용해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다.

 

실제로 서브팩과 같은 배낭형 우퍼(woofer)의 효과는 좋은 편이다. 국내에서도, 지금은 사라진 ‘네스트나다’라는 클럽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기획, 제작한 적 있다. 당시 이러한 기기를 썼던 분들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던 기억이 있다.

 

-콜드플레이의 서브팩(SUBPAC) 설명 영상 https://youtube.com/watch?v=xypUnMXpXFA

 

그리고 가사를 대형 스크린으로 전달하고(이는 자막의 역할을 역동적으로 한다), 두 명의 수어 통역사가 공연 내내 수어 통역을 제공한다.(수어 통역을 보기 위한 좌석을 따로 배치한다.)

 

시각장애인 팬들을 위해 공연 전에 ‘터치 투어’를 통해, 공연 공간을 직접 만져보며 규모부터 악기 등을 느낄 수 있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 콜드플레이(Coldplay) [Music of the Spheres] 월드 투어 장면. (출처: 포토그래퍼 Anna Lee Media 사진 제공: 워너뮤직코리아)


케이팝 시장에도 변화를

 

지속 가능성과 포용성을 구현하면서, 수익을 거두고 좋은 영향력을 전달한다는 것,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콜드플레이의 사례가 보여준다. 누군가는 큰 수익을 거두기 때문에 그만큼의 투자가 가능한 거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는 투자의 영역이 아닌 배려의 영역이다. 진정으로 팬들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얼마든지 방법을 모색하여 구현할 수 있다.

 

진동조끼의 경우, 국내에서는 2022년 [구조의 구조]라는 무용작품이 상영되는 동안(시나브로 가슴에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이 협업한 배리어프리 공연) 진동조끼를 활용했다. ‘페스티벌 나다’ 또한 진동조끼를 사용했으며, 수어통역사가 무대에 함께 서기도 했다. ‘페스티벌 나다’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온 페스티벌로, 청각장애인이 라이브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으로 시작해 홍대 롤링홀, 상상마당 라이브홀 등 여러 공연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 말 그대로 경계가 없음을 의미하며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 장벽을 없앤 형태) 공연을 제작해왔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연령, 성별, 국적, 장애 유무 등에 관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디자인을 뜻함)이듯, 공연장 또한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국내 공연장에서 여전히 휠체어 접근성을 비롯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지만, 더불어 인식 면에서나 구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 많지만, 더 많은 공연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Coldplay와 BTS 진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부른 The Astronaut 영상 https://youtube.com/watch?v=FqmYc62HUec

 

특히 케이팝의 경우, 여러 정체성이 함께 어울려 즐길 뿐만 아니라 큰 월드 투어를 꾸준히 해 나가는 음악 시장인 만큼, 콜드플레이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속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이미 K팝 팬들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기후위기 대응 실천을 요구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죽은 지구에는 K팝이 없다’는 슬로건을 내건 기후행동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이 결성되기도 했다. 케이팝은 듣는 이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많이 주는 음악 중 하나인 만큼, 전세계 많은 팬들을 위한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실천을 선보일 때다.

 

※참고 자료

-《The Straits Times》 “수화와 대화형 조끼: 싱가포르 청각 장애인들, 포용적인 코드플레이 콘서트 환호”(Eddino Abdul Hadi, 2024-01-31)

-《채널 뉴스 아시아》 “싱가포르에서 열린 코드플레이 콘서트가 음악 접근성에 대해 우리에게 말하는 것”(Amy Zheng, 2024-02-18)

-콜드플레이 [Music of the Spheres] 월드 투어 지속가능성 홈페이지 https://sustainability.coldplay.com

-페스티벌 나다 홈페이지 https://www.festivalnada.com

 

[필자 소개] 블럭. 프리랜서로 일하며 음악평론가, 작가, PD, 기자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며 기획, 제작, 연출 일도 한다. 음악시장 내에서 여성주의 실천을 하며, 새로운 의제를 던지고자 노력 중이다. 저서로 『노래하는 페미니즘』(한길사, 2019)이 있다. 음악 관련 글을 쓰지만 디자인 관련 글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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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레용 2024/05/07 [16:48] 수정 | 삭제
  • 오. 멋지다. 홈페이지 들어가봤는데 진짜 선례를 보여서 확산시키려는 의지가 분명해보입니다. 팝스타 기획사들 이런 거 좀 본받자.
  • 키티 2024/05/07 [12:56] 수정 | 삭제
  • 진동조끼와 터치투어라니 멋지다. 그만큼 팬들을 고려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나도 진동조끼 착용해보고 싶다.
  • ㅇㅇ 2024/05/07 [12:12] 수정 | 삭제
  • 우주의 소리를 진짜 듣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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