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의 범위, 돌봄으로 넓힐 수 있지 않을까?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크쇼〉 열려

박주연 | 기사입력 2024/05/17 [19:05]

대체복무의 범위, 돌봄으로 넓힐 수 있지 않을까?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크쇼〉 열려

박주연 | 입력 : 2024/05/17 [19:05]

“대체복무가 돌봄 영역으로 확대되길 정말 바라고 있는데, 지금은 그냥 교도소에 있죠.”

 

지난 12일 서울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열린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크쇼〉에서 현재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당사자 장길완 씨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말했다. 대체복무와 돌봄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을 테다. 일단 대체복무와 관련된 부분부터.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2019년 12월 27일 국회에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역사상 최초로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됐다. 2020년 6월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병무청 산하 독립기관으로 출범했고, 그해 10월 1기 대체복무요원 63명이 소집됐다.

 

종교적·도덕적·평화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이들이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된지 벌써 3년이 넘었고, 2020년 10월에 소집된 1기 대체복무요원들은 작년 10월 소집 해제가 되었다. 

 

▲5월 12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활동가 모임 한줌단 주최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크쇼〉가 열렸다. ©일다


하지만 이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이제 (감옥에 가는) ‘처벌’을 받지 않고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된 후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대체복무를 하니까, 이제 다 괜찮은 걸까? 그런데 왜 대체복무자는 여전히 교도소에 있는 걸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대체복무제도, 변화가 필요한 이 제도에 할말 많은 이들이 모였다.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활동가 모임 한줌단이 세계병역거부의날(5월15일)을 기념해 주최한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크쇼〉엔 현역 대체복무자들과 전 대체역 심사위원들이 모여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계속 요구되는 증명, 증명…모욕와 혐오발언까지 나오는 심사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다고 모두 다 대체복무가 가능한 건 아니다. 대체복무를 하기 위해선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현재는 심사위원이 13명으로 줄었지만 초기엔 국방부, 병무청,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국회 국방위원회 등 기관에서 추천된 29명의 심사위원이 있었다. 이들이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이자 병역 담론과 제도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심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백승덕 연구자는 “심사엔 총 4개의 허들이 있다”고 했다. 일단 많은 서류를 내야 하는 서류 심사엔 “본인 진술서, 참고인 3명의 진술서, 학교 생활기록부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엔 “사무국 조사관이 마치 경찰 조사를 하듯이 대상자를 조사”하고, 이후 또 “소규모 심사위원들 앞에서 사전 심리”도 받는다. 마지막으로 “전원회의”가 있고 여기서 (대체복무) 신청이 통과될지 말지가 결정된다.

 

또 다른 전 심사위원 류은숙 활동가는 “심사위원들 중엔 ‘순수한’ 신청자를 찾으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순수라는 말은 사실 굉장히 위험한 말이잖아요. 그런데 그 ‘순수’를 걸러내겠다며 ‘순수’하지 않은 증거를 찾아내려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신청자가 궁지에 몰리는 질문을 던져서 흠을 찾아내겠다는 거죠.”

 

허들은 그뿐이 아니다. 심사위원 중엔 사실 크게 이 제도에 관심이 없거나, 대체복무 신청자들의 여러 사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류은숙 활동가는 “신청자 중에 성소수자인 분이 있었는데, 그가 진술서에서 설명하는 성적지향이라는 용어 자체를 이해 못하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그래서 ‘소도미’라는 혐오발언을 하거나, 비거니즘을 행하는 이에게 ‘겨우 식습관 때문에 이러느냐?’는 이도 있었다”고 했다. 류 활동가는 “신청자들 중에 정말 모욕적인 상황을 겪기도 한다”며 현 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재차 지적했다.

 

▲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크쇼〉 홍보물


군인도 수용자도 아닌, 경계의 대체복무자들

 

이렇듯 문제적인 심사 과정을 통과해 대체복무자로 결정이 된 후엔 어떻게 되는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합숙 복무기간은 36개월로 현역병의 두 배에 달하며. 복무기관 역시 교정시설로 제한되어 있다.

 

신학생 출신으로 여러 사회 활동을 한 후 페미니즘 세미나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알게 되어 대체복무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건희 씨와, 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활동,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한 후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결심하고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길완 씨는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했다.

 

두 사람은 현재 각각 교정시설이라 불리는 교도소(구치소)에서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길완 씨는 현재 자신의 위치를 “군인인지 수용자인지 굉장히 헷갈리는,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복무자들은 합숙소에서 지내며, 복무관리관의 관리를 받고, 외출·외박 등에 제한도 있다. 대체복무자들이 하는 일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 생활했던 이들이 하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정시설 내 운영 지원 업무를 돕거나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등의 일이다.

 

군대가 가진 위계적 구조와 전쟁과 폭력에 반대해 대체복무를 선택했지만, 막상 현재 상황은 군인과 유사한 취급이다. 길완 씨는 “현역 군 복무가 여전히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고, 군사주의와 병역 제도를 문제시하는 실천과 신념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않고, 존중 받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군대식 규율과 규칙이 존재하고 그것을 따라할 것이 강요된다. “복무관리관들이 자주 하는 말이 ‘현역 군인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이렇다 보니 대체복무자들의 위치는 점점 흐릿해진다. 또한 대체복무자의 다수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다 보니 많은 부분이 그들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다른 대체복무자들은 더 소외된다. 현재 건희 씨는 자신이 소속된 곳에서 유일하게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대체복무자다. “평화주의 신념으로 대체복무를 하러 왔는데, 그와 관련된 교육 체계가 전혀 없는” 공간에서 대체복무자들은 답답해 하며 시간을 견디고 있다.

 

▲ 현재의 대체복무제가 만들어 지기 전, 시민사회에선 이미 제도의 복무 기간 및 복무 영역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기간은 36개월로, 현역병의 2배에 달해 징벌적 성격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2018년 12월 28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방부 정문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정부안 발표에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전쟁없는세상


대체복무의 범위, 교도소에 제한될 필요 없지 않나

 

대체복무자들이 꼽은 현 대체복무제의 문제는 한두개가 아니지만 시급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을 드러낸 부분은 바로 대체복무의 범위다.

 

길완 씨는 “군대가 한국사회에서 시민들의 몸을 위계화하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라고 지적해 왔는데, 교정시설도 유사한 방식으로 관리되는 공간”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복무자들이 조금 더 사회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면, 지금처럼 어떤 공간에 갇혀있지 않고 대체복무자들의 존재가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건희 씨 또한 “대체복무제가 조금 더 사회 영역으로 포함되는 것”을 언급했다.

 

류은숙 활동가는 “대체복무를 원하는 이들을 심사했을 때, 그들이 원했던 업무는 ‘장애인돌봄, 농어촌 노년돌봄 등이었다”며, 교정시설에 한정된 지금의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지금의 (대체복무제에 대한) 사고방식은 여전히 현역과 비교, 경쟁하며 진행되고 있다”는 걸 지적하며,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경쟁이 아닌, 기여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으로 생각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체복무 기간이 3년이라는 지점에 대해서도, 참여자들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적절하냐를 두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느냐, 대체복무자의 신념과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맞닿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심지어 길완 씨는 “복무 영역이 정말 다양해진다면 복무 기간이 길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다소 대담한 발언도 덧붙였다. “요즘 장애계의 큰 화두 중 하나가 탈시설인데, 장애인이 탈시설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원을 대체복무 요원이 한다면 어떨까? 그런 일을 할 수 있고 출퇴근 할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라며.

 

류은숙 활동가는 “여성에게 돌봄노동이 부과되는 것 또한 대한민국의 병역 제도,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는 몸’을 중심으로 위계화된 이 사회의 구조의 폭력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며 대체복무제와 평화운동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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