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테크’, 퀴어, 크리스천인 홍콩 싱어송라이터 조야

Joya,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다

블럭 | 기사입력 2024/08/09 [20:53]

‘우먼 인 테크’, 퀴어, 크리스천인 홍콩 싱어송라이터 조야

Joya,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다

블럭 | 입력 : 2024/08/09 [20:53]

아시아 음악 시장은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애플 뮤직 Top 100 글로벌을 보면 미시즈 그린 애플(Mrs. GREEN APPLE)이나 바운디(VAUNDY) 같은 일본 음악가들이 자리해 있고, 올해 밀레니엄 퍼레이드(Millenium Parade) 같은 일본 그룹이 미국 레이블과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의 밴드도 마찬가지다. 새소년, 혁오에 이어 실리카겔도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서 꾸준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으로 들어설수록 한국, 일본 외에도 동남아시아의 여러 음악가들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고, 한국이나 일본의 음악가들과도 교류하고 있다. 또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함께 성장하기도 한다. 아시아 음악 시장을 주목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음악적으로도 좋고 대중에게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홍콩 음악가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도 작은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선보인 바 있는 음악가다. 바로 싱어송라이터, 조야(Joya)다.

 

▲ 문화 매거진 ‘타틀러 아시아’(Tatler Asia)에서 ‘2024년 주목해야 할 홍콩 여성 음악가 7인’ 중 한 명으로 꼽은 조야(Joya)는 포용성, 다양성,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처: officialjoya.com)

 

조야는 매력적인 음악을 해온 음악가일 뿐 아니라 그에 관한 서사도 잘 공개되어 있어서, 함께 접하면 훨씬 더 다층적으로 조야의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표현도, 알고 보면 그 안에 여러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깊이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Joya - Credit (Official MV) https://youtube.com/watch?v=6QxsFWvBZZc

 

1994년생인 조야(Joya)의 본명은 조디 찬(Jodie Chan). 어릴 때부터 기독교 환경에서 자랐고, 9살 때 어린이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무대 경험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10대 시절에는 학교 밖에서 뮤지컬, 연극에 참여했다. 10대 초반부터 노래를 직접 썼지만, 이후 학업에 열중했다고.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세상에 기여하고 싶었다던 그는 이후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는데, 성소수자에게 적대적인 기독교 환경 안에서 자랐고 친구들 역시 그 환경 속에 있었기에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두려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모의 지지를 받은 덕에 안정감을 느끼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조야는 영국의 〈5678 매거진〉(음악 산업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디지털 브랜드)과의 인터뷰에서, 홍콩이 아직 동성 간의 결혼이나 파트너십이 법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성소수자 친화적인 사회는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에 덧붙여 홍콩의 환경에서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라고 이야기하며, 홍콩 내 경제적 불평등과 인종차별과도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 2023년 홍콩의 퀸 엘리자베스 스터디움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린 성소수자 스포츠 축제 게이 게임(Gay Games) 폐막식 무대에 선 조야(Joya). 그는 음악가일 뿐 아니라 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먼 인 테크’(Women in Tech)라는 주제로 여성들의 임파워링을 위한 활동을 펴고 있다. (출처: officialjoya.com)


조야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구글 우먼 테크메이커’(테크/기술 분야의 여성들이 더 주목 받고,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자 구글이 만든 프로그램) 엠버서더(Ambassador,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조야는 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여성의 테크 분야 활동에 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관련해서 사회적 목소리를 낸다. 스스로의 정체성이나 활동 영역을 드러내는 키워드 중 하나가 ‘우먼 인 테크’(Women in Tech)다.

 

물론 그와 동시에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 중이다. 이 에너지 넘치는 예술가가 음악을 취미로만 다루었다면, 2023년 홍콩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렸던 성소수자 스포츠 축제인 게이 게임(Gay Games) 폐막식 무대를 장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무대에서도 강한 에너지를 뿜으며 멋진 음악을 발표해 온 음악가다. 조야의 유튜브 채널(@sheisjoya)을 본다면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자신만의 톤으로, 차분한 듯하면서도 에너지가 있는 표현을 듣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발표한 곡 중 “If Ever She Goes”는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힘, 그리고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데, 실제 자신의 파트너(아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 순간을 떠올리며 쓴 곡이라고 한다

 

*Joya - If Ever She Goes (Lyric) https://youtube.com/watch?v=lvuuwcWX6CY

 

이처럼 오픈리 퀴어(Openly Queer)이자, 크리스천이자, 기술 영역에서 일하는 아시아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모두 드러내며 이야기하는 조야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연사로도 활동하지만, 음악을 통해 무대 위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홍콩의 프라이드 이벤트(pride event) 역사와 함께 해오고 있고, 올해는 애플(Apple) 이벤트에서 스피커로 참여하는가 하면, 홍콩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서 메인 스테이지에 서기도 했다. 이솝(Aesop, 호주의 스킨케어 브랜드)의 퀴어 도서관 캠페인 등 이벤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 조야(Joya)는 커밍아웃한 퀴어이자, 크리스천이자, 기술 영역에서 일하는 아시아 여성이자, 음악적으로 더욱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다양한 자신의 정체성을 모두 드러내며 서사를 써나가고 있다. (출처: officialjoya.com)


사실 그가 음악을 시작한 것이 오래 되지는 않았다. 기회는 많았다.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고, 직접 곡을 쓰거나 뮤지컬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그 덕에 대학 진학 전에도 레이블과 계약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학업을 이어가는 걸 택했다. 대학에 가서도 아카펠라 그룹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음악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가던 시점이었다. 시기도 잘 맞았다.

 

2020년 12월에 첫 싱글 “Inevitable”을 내고, 2021년에 네 곡을 발표했지만, 본격적으로 싱어송라이터 조야의 이름을 알린 것은 2022년 12월에 발매한 “Put Me at Ease”부터다. 좋아하는 사람과 로드 트립(Road Trip)을 하는 모습을 묘사한 이 곡이 꽤 호응을 받았고, 이후 꾸준히 곡을 내며 마침내 2023년에 EP앨범 [She Is Joya]를 완성한다. 올해 들어서 “In Between”부터 “Confetti”, “Fireflies”, “Birds of a Feather” 등 여러 싱글을 성실하게 발표하는 중이다.

 

*Joya - Confetti (Lyric) https://youtube.com/watch?v=d_JoxAOoj7M

 

음악적 스펙트럼도 넓다. 인디 팝, 포크 팝을 기반으로 하는 듯하지만, 그의 음악은 댄스 팝, 전자음악까지 닿아 있고, 앞으로 더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음악가와 협업하여 작업하기도 한다. 그의 EP [She Is Joya]는 사랑에 관한 다양한 감정,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인데, 커밍아웃한 퀴어로서 그의 맥락을 알고 나면 사랑의 과정과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 공연을 하러 찾아와서 댄스 클래스를 들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고 열정적으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 조야의 음악이 확장되는 과정과 비슷하기도 하다. 덕분인지 스포티파이와 애플 같은 음악 플랫폼들의 추천을 받고 있으며, 특히 ‘스포티파이 레이더’라고 하는, 현재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티스트를 데뷔 초기에 미리 발굴하고 집중 조명해온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조야(Joya)가 2023년 11월17일 발매한 EP “She is Joya” 커버 이미지. (출처: 조야 인스타그램 @sheisjoya)


아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 매거진인 ‘타틀러 아시아’(Tatler Asia)에서 지난 해 말 ‘2024년 주목해야 할 홍콩 여성 음악가 7인’을 꼽았는데, 그 안에 조야도 포함되어 있었다. 주목해야 할 음악가 7인에 꼽히며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2023년을 “음악가로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딸로서,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파트너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한 해였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아마 올해 조금씩 더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포용성, 다양성, 그리고 우리를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화의 중요성에 대한 그녀의 믿음의 연장선”(조야의 공식 홈페이지 소개에서 인용)을 노래하는 조야(Joya)의 거침없는 행보와 활발한 음악 활동, 그리고 사회적 스피커로서의 활동까지 그의 단단함을 응원하고 싶다.

 

*Joya - Strongest (Audio) https://youtube.com/watch?v=-0zA7nJvauw

 

[참고 자료]

-애슐린 착, 〈‘나는 이렇게 하기 위해 태어났다’: 인디 싱어송라이터 조야, 2023년 게이 게임에서 공연하고,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는 원천이 되고, 이별의 악당이 되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2024-01-09

-엘림 라우, 〈발견: 금기와 싸우고 시그리드를 채널링하는 퀴어 홍콩 아티스트 조야를 만나다〉, 영국 ‘5678 매거진’, 2024-05-27

-살로메 그로아드, 〈2024년 주목해야 할 홍콩 여성 음악가 7인〉, 문화 매거진 ‘타틀러 아시아’, 2023-12-31

-카타리나 청, 〈Joya는 자신이 르네상스인임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여기 왔다〉, 문화 매거진 ‘타임아웃’, 2024-06-28

-카드뉴스, “사람과 예술: 조야(홍콩)”, ILGA(International Lesbian, Gay, Bisexual, Trans and Intersex Association) 아시아 지부, 2024-03-08

-조야(Joya) 공식 홈페이지 https://officialjoya.com

 

[필자 소개] 블럭. 프리랜서로 일하며 음악평론가, 작가, PD, 기자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며 기획, 제작, 연출 일도 한다. 음악시장 내에서 여성주의 실천을 하며, 새로운 의제를 던지고자 노력 중이다. 저서로 『노래하는 페미니즘』이 있다. 음악 관련 글을 쓰지만 디자인 관련 글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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