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무기 수익이 예술을 지탱하게 해선 안됩니다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팔레스타인 학살에 저항행동…이야마 유키

나카무라 토미코 | 기사입력 2024/08/13 [07:12]

전쟁 무기 수익이 예술을 지탱하게 해선 안됩니다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팔레스타인 학살에 저항행동…이야마 유키

나카무라 토미코 | 입력 : 2024/08/13 [07:12]

올해 3월 일본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열린 기획전시의 언론인 대상 관람 행사에서, 현대미술작가 이야마 유키 씨를 비롯한 참여작가들이 뜻을 모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살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항의 행동을 펼쳤다.

 

이날 작가들은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에 항의하고, 국립서양미술관의 공식 협찬사인 가와사키중공업 주식회사 측에 이스라엘 무기 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미술관 측에도 가와사키중공업에 이스라엘 무기 수입-판매를 중단하도록 요구하라고 호소했다. 이야마 유키 씨를 인터뷰했다.

 

▲ 3월 11일, 일본 국립서양미술관 기획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학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미술작가 엔도 마이(遠藤麻衣) 씨와 모모세 아야(百瀬文) 씨가 벌인 ‘침묵의 액션’. (제공: 이야마 유키)


미술관 협찬사에 ‘이스라엘 무기 수입 중단’ 요구 퍼포먼스

 

현대미술작가 이야마 유키(飯山由貴) 씨는 역사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작품 활동과 시민운동을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2022년 도쿄도 인권플라자 기획전에서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1923년 간토 지방에 발생해 수많은 사망자를 낸 지진으로,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루머가 번지면서 일본 곳곳에서 조선인에 대한 학살이 자행됐다)을 다룬 영상작품 〈In-Mates〉를 둘러싸고, 도쿄도 인권부의 검열과 싸웠다.

 

그 이야마 씨가 올해 3월 11일, 국립서양미술관에서 “팔레스타인에서의 학살에 항의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미술관의 기획전 「여기는 미래의 아티스트들이 잠드는 방이 될 수 있을까? -국립서양미술관 65년 차의 자문 –현대미술 작가들을 향한 질문」(5월 12일까지 진행)의 기자 대상 관람 행사에서의 일이다.

 

이야마 씨가 항의 행동을 결심한 것은 이 미술관의 첫 공식 협찬사인 가와사키중공업이 이스라엘 에어로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즈의 공격용 드론을 수입·판매하는 대리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시민단체가 공표한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전시회 오픈을 일주일 정도 앞둔 때였습니다. 방위비 대폭 증액이 진행되는 가운데 가와사키중공업도 관련이 있는 건 아니냐는 의구심이 현실이 되었죠. 뭔가 해야겠다.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해도 좀처럼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니, 기자들이 모이는 곳에서 행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야마 유키 씨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전쟁을 위한 무기가 가져다준 이익이 미술관으로 흘러들어 예술을 지탱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이상하지 않나요?”

 

여기에 동의하는 작가, 시민과 성명문을 작성하고 현수막을 내걸고 다이인(DIE-IN, 항의의 뜻으로 자리에 드러눕는 저항 행동). 미술작가인 엔도 마이(遠藤麻衣) 씨와 모모세 아야(百瀬文, 관련 기사 https://ildaro.com/9303) 씨는 피를 묻힌 흰 옷을 입고 침묵의 액션을 펼쳤다.

 

▲ 국립서양미술관 기획전시 참여 작가들의 항의 행동 중. 작가들은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에 항의하고, 국립서양미술관의 공식 협찬사인 가와사키중공업 주식회사 측에 이스라엘 무기 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미술관 측에도 가와사키중공업에 이스라엘 무기 수입-판매를 중단하도록 요구하라고 호소했다. (제공: 이야마 유키)


국립서양미술관은 애초에 가와사키조선소(가와사키중공업의 전신) 초대 사장인 마츠카타 코지로(松方幸次郎) 씨의 소장품을 수장·공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 기획전에 초청된 이야마 씨는 마츠카타 컬렉션에 ‘전쟁화’가 많다는 사실에 놀라, 그 동기를 조사해 작품화했다.

 

마츠카타 씨가 전의를 고양시키기 위해 회화를 수집했다는 확증은 없었지만, 적어도 가와사키중공업의 웹사이트에는 ‘애국심을 고양하는’ 서구 포스터에 대한 동경을 담은 글이 있다. 왜, 지금까지 마츠카타 컬렉션이 전쟁화의 맥락에서 이야기되지 않았을까. 이야마 씨는 그 점도 미술 작업을 통해 질문한다.

 

미술관도 ‘공공 공간’의 하나라는 것

 

팔레스타인인 학살에 반대하는 이번 항의 액션에 대한 반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작가는 작품으로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는 반응도 많았는데, 미술작가 역시 한 명의 시민이다. 왜 시민으로서 자기 의사를 표명해서는 안 되는가. 작품으로 표현하라는 반론은 “장소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이야마 씨의 행위가 미술관이라는 제도와 특권성을 뒤흔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에서의 학살을 중단하라.”는 거리의 외침이 예술감상을 위한 쾌적한 양해를 부수고,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게 생생한 현실을 각성시켰다. 미술관도 그 외부에 있는 사회와 연결되는 공공 공간이라는 사실을 재인식시키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동시에 예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평소에 의문조차 갖지 않았던 인식을 뒤흔들고, 균열을 만들거나 파괴하는 것, 거기에 예술의 중요한 존재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이야마 씨 등 참여작가들은 “박수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 이 액션을 안심하고 감상할 수 있는 예술 퍼포먼스로 끝내지는 않겠다는 결의이다.

 

기자 대상 관람 행사에서의 직접행동은 팔레스타인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살에 대한 항의이자, 전쟁에 봉사하는 경제활동을 ‘워싱’이라도 하려는 듯 문화예술을 이용하는 데 대한 항의이지만, 이야마 씨에게는 또 한 가지의 질문이 있다고.

 

“이번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상황에서 영국, 미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이스라엘 지지 일변도의 태도에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들 우수한 현대미술을 탄생시킨 나라들입니다. 저를 포함, 일본의 미술작가들이 그 국가들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창작활동에도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배워야 할 대상이었던 그 문화와 사회에 차별의식은 없었는지,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내가 믿어왔던 것이 무너진 듯한, 다시 질문해야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이야마 유키(飯山由貴) 씨가 감독한 영상작품 〈In-Mates〉(2021, color, 46min) 타이틀. 1930-1940년 도쿄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조선인 환자의 기록을 바탕으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다루었다. ©Yuki Iiyama


미술계에 속한 작가로서는 각오가 필요했을 것이다. “공공미술관에서의 의뢰는 앞으로 없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도쿄도 인권부 사건(간토대지진 당시 일어난 조선인 학살을 다룬 작품 〈In-Mates〉에 대한 검열로, 도쿄도 인권플라자 기획전에서 상영 중지됨)으로 경험한 일인 걸요?”라며, 이야마 씨는 흔들림이 없다.

 

예술인들의 메시지에 시민사회의 반향

 

미술관도, 가와사키중공업도, 현재까지 변화의 조짐은 없다. 반면, 시민사회 쪽에서는 다양한 반향이 있다. 이야마 씨도 함께 참여한 기획전시 ⌜팔레스타인, 따뜻한 집」(관련 기사: https://ildaro.com/9971)이 열린 것도 그 중 하나. 처음으로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각각의 생각을 모으고, 전시를 열고, 스터디 등을 했다.

 

이야마 씨가 강사로 일하는 다마미술대학 등 캠퍼스에서의 항의 활동도 확산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일본 정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미술관에서의 항의 행동은 사회적 문제를 가시화하는 장으로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이 목소리를 내준다면 사회 정의에 대한 관람객의 감각도 달라지겠죠. 달라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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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가 2024/08/16 [05:35] 수정 | 삭제
  • 예술적으로 의미있는 일입니다. 순수한 궁금증... 성장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돈 만들기 힘들죠. 승자독식 양극화 사대에 예술 후원금은 어떤 생태계가 되어얄지...?
  • 멋지네요 2024/08/15 [11:37] 수정 | 삭제
  • 참 용감하고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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