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재집권한 아프간 ‘여성의 현실 알립니다’

아프간여성혁명연합 RAWA “여성인권 위해 국내에 남아 투쟁할 것”

시미즈 사츠키 | 기사입력 2024/09/10 [10:36]

탈레반 재집권한 아프간 ‘여성의 현실 알립니다’

아프간여성혁명연합 RAWA “여성인권 위해 국내에 남아 투쟁할 것”

시미즈 사츠키 | 입력 : 2024/09/10 [10:36]

2021년에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 이곳에서 오랜 기간 여성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 ‘아프가니스탄 여성혁명연합 RAWA’(Revolutionary Association of the Women of Afghanistan) 활동가 샤밈 씨(28세)가 최근 일본 전국을 순회하며 강연을 했다. ‘RAWA와 연대하는 모임’의 초청으로 방일 일정을 잡은 것인데, 6월 23일에 열린 도쿄 집회에서의 발언을 정리한다.

 

▲ 아프가니스탄 여성혁명연합 RAWA(Revolutionary Association of the Women of Afghanistan) 활동가 샤밈 씨(오른쪽)와 통역 및 해설을 맡은 ‘RAWA와 연대하는 모임’ 공동대표 기요스에 아이사 씨. 2024년 6월 23일 도쿄. (페민 제공)


RAWA는 1977년에 당시 스무 살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여성 미나(Meena, 1956~1987, 서른 즈음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추정되는 이들에 의해 암살당함)가 창립한 조직으로, 소련 침공 시대부터 내전과 2001년 미국의 군사개입을 거치는 과정에서 정교분리·민주주의와 여성의 인권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부르카 구멍으로 보이는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샤밈 씨는 아프가니스탄의 서부 출신. 13~14살 때 언니가 집에 가져온 RAWA의 기관지 [파야메잔](Payam-e-Zan)을 보고, RAWA의 활동을 알았다.

 

“언니는 당시 RAWA와 관계가 있는 클리닉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RAWA를 몰랐던 저였지만, 차츰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인권 침해를 알게 되면서 이들의 활동 내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까이에서 [파야메잔]을 배포하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RAWA의 집회와 세계여성의날 활동 등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공립학교 교사였던 샤밈 씨는 탈레반 정권 부활 후, 아프가니스탄 국내에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 가족에게는 RAWA의 회원이라고 밝히지 않고, 카불의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성차별적인 교육정책으로 인해 대학교육을 받지 못하게 됐다.

 

“아버지는 소련 침공 시대에 저항운동에 가담했습니다. 어머니는 읽고 쓰기를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저에게 다양한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릴 적, 저에게 아프간 여성의 이미지는 ‘부르카 구멍으로 보이는 세계’, 즉 발밑밖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공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남성뿐, 여성은 사회보장 등 대부분의 권리를 부정당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이 세운 카르자이 정권도 ‘여성 억압’

RAWA 회원들 실명, 거주지, 활동거점 비밀리에…교실 열어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이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부시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불렀다)에 대해, RAWA는 탈레반 정권에 반대하지만 미국의 군사개입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001년에 미국이 군사개입을 하면서 (아프간) 여성의 권리를 촉진하겠다고 말했지만,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핑계였습니다. 미국의 꼭두각시 카르자이 정권의 정책 역시, 여성에게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엄격해졌습니다. 여성의 교육 기회는 제한되고 중학교 이상의 입학은 무기한 정지, 대학입시 수험 금지, 대학 등교 정지, 취업 제한, 공중목욕탕·공원·헬스장 사용 금지, 미용실 폐쇄, 장거리 이동 시 친족 남성 동반 의무...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심리적 억압을 가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꿈도 빼앗았습니다. 언론에 대한 검열도 강해졌습니다.”

 

그뿐 아니라 식료품 가격도 폭등해 사람들은 영양실조가 늘어나고, 빈곤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RAWA의 활동은 아프간 국외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2013년 5월, 파키스탄 라호르핀디에서 RAWA가 운영하는 헤와드고등학교 수업 풍경. 학생들은 모두 아프가니스탄에서 국경을 넘어 온 난민이다. *관련 기사: 젠더 관점에서 돌아본 아프가니스탄 20년 https://ildaro.com/9203 ©기요스에 아이사(‘RAWA와 연대하는 모임’ 공동대표)


RAWA가 오랫동안 주력해온 활동은 여성들, 그리고 여자아이들에 대한 교육이다. 현재는 여성 교사의 자택에서 비밀리에 교실을 연다. 지진이나 홍수가 발생하면 재난지역에서 이동클리닉 활동을 하는 동시에, 생활필수품도 제공한다.

 

탈레반의 재집권에 반대하며 저항했던 RAWA 멤버들은 2021년 끝내 탈레반 정권이 수립되자 그 활동에 더 큰 제약과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국제사회를 향해 어느 때보다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과 여성에 대한 억압에 대항하고자 전 세계를 향해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RAWA는 아프가니스탄 국내에 남아 활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멤버의 실명과 거주지, 활동거점 등은 비밀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싸우는 것만이 사회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샤밈 씨는 국외에서의 히잡 착용을 거부한다. 빨간색 블라우스를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주영 번역]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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