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여성단체들에 의해서 버마 군부가 소수 민족 여성들에게 자행하고 있는 집단 성범죄가 잇따라 국제 사회에 보고 되고 있다. 버마 민주화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종식시키길 원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시민사회가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길 요청하고 있다. 버마 민족민주동맹(NLD,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정당) 한국지부의 자료 협조를 받아, 일다에서는 버마 소수 민족 여성들의 인권 실태와 버마군부에 의한 성범죄에 대해 연재 보도한다. -편집자 주]
2005년 7월 버마 ‘몬(mon) 지역에서 일어난 버마 군부에 의한 성노예 여성 징집과 성폭력 만행’에 관련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남부버마의 여성과 아동권리 프로젝트(WCRP)’와 ‘몬랜드 인권재단’이 공동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버마 남부에 위치한 몬(moon)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 사례 87건을 보고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 보고서에 기록된 강간 사례의 절반은 2002년 이후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1995년 2004년 사이 몬 지역에서 저질러진 사건의 3분의 1이 2004년에 발생했다고 한다. 성폭행을 겪은 여성피해자의 연령대는 14~50세였으며, 보고서에서 발표한 사례 중 11명은 18세 이하의 소녀들이었다.
“저항세력 동조했다” 처벌로 강간과 성노예
이 보고서가 충격을 주는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몬 지역에선 버마 군인들에 의한 강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WCRP는 2002년 당시 버마를 둘러싼 국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만약 군부가 저지르는 강간에 대한 면책 제도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폭력 문화가 계속 증가할 것이고, 여성들과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2년 즈음엔 ‘강간 허가증’과 ‘침묵을 깨고’ 등의 보고서가 발표되어, 버마 군부가 소수민족 여성들을 강간하고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들이 국제 사회에 알려진 후였다.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국제적으로 버마 군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고, 유엔총회 결의안으로 논의되는 등 국제적 이슈로 부각된 바 있다.
당시 유엔에서 논의되자 “버마 군사정권은 이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WCRP는 그런 상황에서도 “한편으로 몬 지역에서 (버마 군부가) 계속해서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몬 지역에서는 지금도 버마 군대가 소수민족 여성들을 “위안부” 및 강제노동에 동원해 착취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버마 군인들이 저항세력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주둔하면서, 여성들을 테러 세력에 동조했다는 죄목으로 끌고 가 집단강간하는 사례가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사건에서, 지역 여성들이 저항세력을 지원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징벌’로써 강간을 자행하고, 구타, 칼로 베기, 뜨거운 물로 화상 입히기도 모자라 때론 사망에 이르게까지 하는 극단적인 만행도 빈번하게 포함됐다.”
이번에 보고된 몬 지역 사례 또한 이미 알려져 있는 샨족과 카렌족 여성들에 대한 범죄행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군부 정권 하에 강간이 체계적으로 자행”되고, “군부 정권에 의해 강간이 면책”되고, 가해자인 군인들은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군 당국은 사건을 신고한 가족들이나 공동체 대표를 꾸짖고, 강간범을 사면해주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어떤 신고자는 군인들에 의해 구타당하기도 하고, 한 신고자는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법이 지켜지지 않고, 군사 정권에 의해 강간이 면책되는 분위기로 인해 점점 더 SPDC(국가평화발전협의회, 현 군부를 지칭) 군인들로 하여금 성폭력 행위를 대담하게끔 만든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우리가 무엇을 주목해야 할지 알려주고 있다.
“위안부” 차출 못한 마을은 벌금 물어
최근에 버마 군대에 의한 “위안부” 징집 사건이 일어난 곳은 남부의 예(YE) 구역이다.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펴고 있던 SPDC 군대가 인근 마을에서 “위안부를 뻔뻔스럽게 징집”하기까지 이른다. 보고서를 작성한 WCRP는 “세계2차대전 당시 ‘위안부 여성’을 강제 징집한 일본 군대의 만행과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몬 지역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위안부로 차출된 여성들은 낮에는 군대를 위해 일하고, 밤에는 성노예가 되도록 강요 받았다”고 한다. 2003년 12월부터 2004년 6월까지, Myo Win 준장이 이끄는 전술사령부는 예(Ye)구 남부에 있는 15개 읍에 수십 명의 “위안부 여성”을 강제로 모집했다.
여기에는 학생들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30여명의 젊은 여성들이 군부대 안에 “성적 노예를 목적”으로 강제로 감금된 채 강간 당했다.
Myo Win 준장은 2004년 1월 4일 46번째 ‘버마 독립기념일’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마을 대표들에게 “17세에서 25세 사이의 날씬하고 키 큰(165cm) 몬 여성들을 ‘패션 앤 뷰티 쇼’에 참가”시키도록 명령했다. 만약 “매력적이고 젊은 여성”들을 쇼에 보내지 못한 마을들은 15만 쨔트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쇼에 참가하도록 명령 받은 많은 여성들이 집을 나와 도망쳤고, 마을 대표들은 지역 사령관에게 과중한 벌금을 내기 위해 “모든 가정으로부터 돈을 거둬들였고, 선발된 여성 부모에게는 더 많이 지불하도록 강요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어떤 마을에서는 대회에 참가할 젊은 여성들을 찾지 못해, 수를 채우기 위해 다른 곳에서 여성들을 사오기도 했다고 전한다.
“젊은 아가씨들은 군부대 내에서 대회 리허설 기간 동안 요리하기, 물 나르기 따위의 일을 하도록 강요 받았다. 밤에는 부대 관료들 특히 부대 사령관을 마사지해 주는 등의 접대를 강요 받았다”, “유흥(가라오케와 음주)이 있은 후에, 장교들은 아리따운 여성들을 끌고 가서 강간했다.”
강제노역 중에도 군인들의 성폭행 잇따라
보고서는 ‘패션 앤 뷰티 쇼’에 강제 동원돼 군대의 “위안부”로 강간 당한 사례뿐 아니라, 버마 군대가 실시하는 강제노동 과정에서 벌어지는 강간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버마 군대는 금전적인 보수를 지불하지 않고 식량과 무기를 수송할 현지인들을 강제 모집하는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징집되기도 한다.
“군인들이 마을에서 13명의 몬족 여성들을 붙잡아 갔다. 23~60세의 여성들 중 몇몇은 결혼을 한 사람들이고, 일부는 미혼이었다. 여성들은 행군하는 군대를 따라 사흘 동안 짐꾼으로 동원됐다. 짐꾼 노역이 실시되는 동안 25kg 무게의 무기와 식량을 운반해야 했는데, 낮 동안 내내 짐을 지고 걸어야 했다. 군인들의 행군 속도보다 느린 경우, 매질을 당하거나 심하게 발로 차였다.”
“이 여성들은 다른 마을에서 붙잡혀온 남자들이 당하는 것과 똑같은 취급을 당했다. 그러나 해가 진 후, 군인들은 여성들을 한 장소에 몰아놓고 잠을 자게 하는데, 자정 이후에는 몇몇의 군인들이 일부 젊은 여성들을 데리고 나갔다. 장교들이 그녀들을 강간했다.” (2004년 4월, 4명의 몬족 여성들이 짐꾼으로 강제노동하다가 집단강간을 당한 사례)
“많은 주민들과 마을 대표가 그녀가 강간당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많은 군인들이 그녀의 집을 에워싸고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감히 그녀를 돕지 못했다.” (몬주(州) Ye 구역, 29세 몬족 여성이 SPDC LIB 273 부대, Khin Soe 소령에게 강간 당한 사례)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보고된 강간 사례들 중 절반 이상이 군 장교에 의한 것”이고, “장교들은 종종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혹은 병사들과 함께 강간을 저질렀다”고 한다.
현재 WCRP는 버마 군부에 대해서 “버마 전역에 걸친 군사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하고, 전국적으로 휴전을 실시하고, 소수민족 거주 지역으로부터 모든 버마 군대를 철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국제 사회에 대해서 “버마의 진정한 민주적 개혁이 자리잡을 때까지 유엔이 버마 군사정권에 대해 무기금수조치와 같은 광범위한 제재”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