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이 들어 누군가로부터 돌봄이 필요해져도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사실 이는 현재 고령이든 아니든 어떤 세대든 공통으로 느끼는 불안이 아닐까. 일본의 도치기(栃木)현 나스마치(那須町)에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한 다세대 공생형 커뮤니티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스로 향했다. 더구나 그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1970년대에 일본 사회를 들썩이며 여성해방운동을 했던 이들이다. 과연!
동북신칸센 신시라가와역에서 차로 15분. 시내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이 있다.
폐교를 개조한 광장, 기분 좋은 개방감
올해 6월에 폐교 개조를 거쳐 그랜드오픈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천정이 높아 개방감이 들고, 안은 세련되게 리모델링 되어 있다. 요소요소에 목재를 사용해 안정감이 든다.
백 명이 모일 수 있는 홀에는 그랜드피아노와 파이프오르간, 쳄발로 같은 악기가 놓여 있고, 이곳에서 콘서트나 강연회가 열린다. 복도에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도서 스페이스, 아트갤러리, 개방감 넘치는 널찍한 카페로 이어진다. 승강구 앞 공간을 활용한 마르셰에는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유기농 상품이 놓여 있다. 더 나아가면 노인 주간 활동서비스와 장애를 가진 어린이의 방과 후 활동 등이 이루어지고 장애를 가진 사람이 모이는 시설이 있다.
시설 안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생활하는데 불편을 주는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면 교실을 약 10평 정도씩 구획하여 한부모 가정 등 거주지 확보가 어려운 사람의 입주를 거부하지 않는 다세대 임대주택인 ‘세이프티넷 주택’, 광장의 집-나스3이 13호 있다. 월세는 2만9천엔에서 5만2천엔.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임대사무실 등도 있다.
그곳을 나오면 올해 1월에 오픈한, 실내수영장을 개조한 총 26실의 요양돌봄 서비스가 딸린 노인들을 위한 주택 ‘광장의 집-나스2’가 있다. 실내수영장의 골조를 살렸기 때문에 천정이 높고 공유공간도 개방감이 있다. 거실의 큰 창으로는 바깥의 초록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화장실은 넓게 열리고 문이 가벼워 편하게 출입할 수 있다. 공동욕실은 편백나무 욕조가 놓여 굉장히 향기가 좋다. 현재 17실이 계약된 상태.
교정에는 자립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제공형 노인 주택(광장의 집-나스1) 49호가 건설되고 있는데, 12월에 완성 예정이다. 안부 확인이나 긴급시 대응, 생활상담을 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아플 때는 식사를 방으로 배달해준다.
‘풀타임으로 일해온 여성이 연금으로 생활한다’는 컨셉으로, 입주 보증금은 10평에 월세 7만엔으로 15년간 월세 1,250만엔 정도, 월 관리비, 서포트비는 4만엔 정도다. 돌봄에 대한 필요도가 높아져 나스1에서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나스1을 해약하고(15년 이내에는 월세 부분 반환), 요양돌봄 제공형 ‘광장의 집·나스2’로 옮기는 선택지도 있다. 매달 필요한 비용은 12만엔과 요양보험료다. 그 외에도 임종이 가까운 분이 의료종사자와 함께 사는 주택 ‘미토리에’(간호의 집)가 내년 1월에 오픈한다.
갓 구운 빵과 함께 커피를 내려주는 가게, 가까운 목장에서 나오는 우유 가공소와 케이크공방 등도 영업 중이다. 뒷산은 아이들의 모험 놀이터가 될 예정이다.
다세대, 다문화, 자연과 공생하는 커뮤니티
이 공간을 만든 것은 ‘나스마을만들기 주식회사’다. 지자체의 공모에 선정되어 2019년에는 국토교통성의 보조금도 받았다. 협동사업자에는 NPO법인 워커즈콥 나스, 도치기·후쿠시마의 요양보호사업자 원랜드(주)가 참여하고 있다. 2020년에는 지역만들기 표창 ‘작은 거점 부문’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지역은 예전에는 별장지대로 유명했던 곳이다. 나스마치의 인구 약 2만4천 명 중 절반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지만, 그 이주민도 고령화되면서 정주 인구는 계속 줄어왔다.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은 저출생, 고령화 사회의 수요를 파악해 ‘나스 100년 커뮤니티’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도 안심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자기답게 살 수 있는 고령자 주택 주변에 다세대·다문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지탱하고 서로 배우며 함께 살기.
자연환경과 공생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은 지역에서 생산하고, 자동차를 쓰지 않고 걸어서 생활할 수 있는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배움의 거점으로서 ‘즐거운 학교’(楽校)라는 자율공부모임도 열었다. ‘향기공해’나 화학물질 민감증에 대한 대책으로, 광장 자체가 ‘프레그런스 프리(fragrance free, 무향) 선언’도 했다.
마을 만들기의 핵심은 ‘모여 살기, 공유하기’
(주)나스마을만들기 대표인 치카야마 케이코 씨, 대표이사 사사키 토시코 씨, 홍보담당 구시비키 준코 씨는 광장에서 차로 7분 거리에 있는 60대에서 90대까지의 사람들이 사는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 ‘유이마~루 나스’에 살면서 광장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유이마~루 나스’는 커뮤니티넷이 운영하는 서비스 딸린 고령자 주택이다. 목조 5동 71호.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에 짓고 있는 서비스제공형 고령자 주택도 이곳과 비슷한 구조다. 아침식사로 낼 된장국 재료를 조달해주는 주민도 있다. 이곳을 건설할 당시에도 지카야마 씨 등이 관여했는데, 땅과 자재, 주택 기획까지 입주 희망자와 이야기를 거듭했다. 이외에도 지금까지 수많은 고령자들의 주거지를 제작해왔다.
“고령자 주택을 짓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누구든 어디서든 자기답게 살 수 있는 마을 만들기가 목적입니다.”라고 지카야마 씨는 말한다.
사사키 씨도 “지역을 조사하면서 빈집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에는 정기순회, 수시 대응형 방문돌봄 사무실도 있기 때문에, 광장을 거점으로 배식, 돌봄, 의료 등의 서비스를 추진해 빈집 활용에 일조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나스마치 같은 대중교통 공백 지역에서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게 되면 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지카야마 씨 등은 입주자들을 광장에서 도시 중심부나 주변 지역으로 매일 오갈 수 있게 하기 위해 ‘NPO법인 워커즈 콜렉티브 마~루’를 기획해 지역 사람들과 연결했다. 회원제라 지역에 사는 사람도 회비를 내면 이용할 수 있다.
지카야마 씨는 “저출생, 고령화 시대 마을 만들기의 핵심은 모여서 사는 것. 불편을 해소할 모든 수단을 공유하고, 편리함으로 바꾸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사람이 모이는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에는 다양한 분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분의 일자리도 만들어, 광장에서 ‘복지연계’를 펼칠 생각”이라고 말한다.
*나스 마을 만들기 광장 nasuhiroba.com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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